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벌어진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등의 근로자 무더기 구금 사태와 관련해 미 보수 언론에서도 “다른 나라의 대미(對美)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에서의 추방 역풍(Deportation Blowback in South Korea)’이란 제목의 12일(현지시간)자 사설을 통해 “지난 9일 조지아주 현대차 공장에 대한 이민 당국의 무분별한 급습 여파가 한국에서 지속적으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소개했다. WSJ는 미국 언론 가운데서 비교적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WSJ는 이 사설에서 “우리 기업들이 매우 당황스러운 상태다. 장기 영구 취업도 아니고 공장을 짓거나 설비를 설치하는데 미국에는 그런 인력이 없고, 그런 일할 사람들 체류하도록 비자를 내주지 않는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 발언 일부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미국인들에게 듣기 거북할 수 있지만 이 발언은 사실”이라며 “미국에는 이런 일을 할 만한 인력이 없다”고 부연했다.
WSJ는 이어 “이 대통령 발언은 한국 내 정치 현실을 반영한다”며 “미국의 동맹국들은 수출품에 높은 관세가 부과되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에 협조 의지를 보여왔지만, 그들의 유연성도 결국 자국 유권자들의 인내심과 충돌한다”며 “한국인들이 수갑과 족쇄에 묶인 채 ICE에 끌려가는 영상은 서울과 부산에서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과도한 이민 단속 등 여파로 오히려 한국 등 동맹국 내 반미 정서가 강해질 경우 대미 투자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WSJ는 또 조지아 공장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며, 한국이 지난 7월 관세율 15% 인하를 조건으로 3500억 달러(약 487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현재 H-1B(전문직)과 H-2B(임시직) 비자 발급 모두 상한선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맹국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는 받으면서 정작 비자 발급에 제한을 두는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