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인 찰리 커크를 암살한 혐의를 받는 타일러 로빈슨(22)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체포됐다. 로빈슨은 아버지와 목사의 설득에 따라 범행을 자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에 따르면 로빈슨의 아버지는 당국이 공개한 용의자 사진에서 아들을 알아보고 로빈슨에게 자수를 권했다. 로빈슨의 아버지는 27년간 법 집행기관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빈슨은 처음에 자수를 거부했으나 그의 아버지가 도움을 요청한 목사의 설득에 마음을 바꿨다.
스펜서 콕스 유타주 주지사에 따르면 로빈슨의 가족이 한 지인에게 자수 의사를 전했고, 이 지인이 당국에 연락해 “로빈슨이 범행을 자백하거나 암시했다”고 신고했다. 콕스 주지사는 “올바른 선택을 한 타일러 로빈슨의 가족들에게 감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자백 이후 체포된 로빈슨은 유타주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그는 가중 살인, 중대한 신체 상해를 초래한 총기 사용, 사법 방해 혐의를 받는다. 판사는 보석 없이 로빈슨을 구금할 것을 명령했다.
로빈슨은 지난 10일 유타주 유타밸리대학 캠퍼스에서 ‘터닝포인트 USA’ 주최 토론회에 참석한 이 단체 대표인 커크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로빈슨은 행사장에서 180m 떨어진 건물 옥상에서 고성능 소총으로 단 1발만 발사해 커크를 살해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콕스 주지사는 총격 현장에서 발견된 소총 탄피와 발사되지 않고 남은 탄약에 ‘어이 파시스트, 잡아봐(Hey fascist!, Catch!)’라는 문구와 이탈리아 반(反)파시스트를 노래를 인용한 것으로 보이는 ‘벨라 차오(Bella ciao)’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문구가 여전히 이탈리아 좌파 진영에서 파시즘 종식을 기념하기 위해 불리고 있다고 전했다.
로빈슨의 구체적 범행 동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수사당국 관계자들은 로빈슨이 커크의 도발적 견해에 깊은 경멸을 품고 있었다고 전했다. 콕스 주지사는 “로빈슨의 가족들은 그가 최근 몇 년간 정치적으로 변했다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CNN은 로빈슨의 SNS 기록 등을 토대로 그가 우수한 고등학교 학업 성적으로 유타주립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다가 한 학기 만에 중퇴했다고 전했다. 그의 어머니가 페이스북에 게시한 영상에는 그가 장학금 수여 통지서를 읽는 모습이 담겼다. 유타주립대 대변인은 “로빈슨이 2021년 한 학기 동안 잠시 재학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범행이 이뤄진 곳은 유타주립대학이 아닌 유타밸리대학이다.
유권자 등록 기록에 따르면 로빈슨은 특정 정당에 소속되지 않은 무소속 유권자로 등록돼 있으나, 근래 있었던 최소 2차례의 선거에서 투표하지 않아 ‘비활동’ 유권자로 분류돼 있다고 CNN은 전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