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법 위반,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건진법사 전성배(64)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을 강조하며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전적 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전씨의 딸도 전씨와 함께 김 여사와의 친분을 내세워 한 콘텐츠 기업으로부터 1억여원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12일 국민일보가 확보한 전씨 공소장에 따르면 전씨는 2022년 3월 23일 당시 통일교 세계본부장이던 윤영호씨(구속기소)에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검찰에 있을 때부터 인연이 돼 잘 알고 있고, 김건희 여사를 포함한 유명 인사들을 많이 알고 있다”며 “앞으로 통일교가 검찰에서 법적으로 문제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김건희 특검은 지난 8일 전씨가 통일교 현안에 대한 청탁·알선 명목으로 김 여사와 공모해 2022년 4~7월 윤씨로부터 8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하고, 같은 기간 통일교 측으로부터 1500만원씩 두 번 3000만원을 챙긴 혐의 등으로 그를 구속기소했다.
공소장에는 전씨의 딸이 전씨 등과 함께 김 여사와의 친분을 내세워 청탁을 하고 1억원 가량을 수수한 정황도 담겼다.
전씨의 딸은 2022년 7월 부산에서 한 행사를 앞둔 콘텐츠 기업 대표 A씨를 소개 받은 뒤 “아버지를 통해 김 여사 등을 부를 수 있는지 확인해주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에 따르면 이후 전씨는 A씨에게 “여사는 안 된다”며 대통령실과 문화체육부 등의 고위공직자들을 행사에 참여하게 해주겠다고 말했고, 실제 이 행사에는 문체부 고위공무원과 이성관 당시 부산시 경제부시장 등이 참석했다.
전씨는 이 같은 편의를 제공한 뒤 A씨에게 ‘딸한테는 월 400만원을, 내 차량과 운전기사 비용으로 월 800만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는 것이 특검 조사 결과다. A씨는 허위 용역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전씨 측에 총 1억6702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은 전씨가 2022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북도의원, 봉화군수, 영주시장 공천에도 개입했다고 봤다.
전씨가 브로커 역할을 했던 사업가 김모씨로부터 봉화군수 후보와 경북도의원 후보로 박현국 봉화군수, 박창욱 경북도의원이 국민의힘 공천을 받도록 힘써달라는 청탁을 받았다는 것이다. 전씨는 청탁 대가로 박 의원으로부터 1억원을 수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는 또 다른 브로커로 지목된 이모씨로부터 박남서 전 영주시장이 국민의힘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의 청탁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에 따르면 전씨는 2022년 5월 9일 박 전 시장과 통화하며 “봉화군수와 영주시장이 이번에 공천받았는데, 전부 권성동 의원이 애를 많이 써줬다”는 취지로 말했다. 특검은 이날 박 의원과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의 후원업체였던 희림 측으로부터 전씨가 세무조사, 형사고발 사건 무마 등에 대한 청탁·알선 명목으로 2022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34차례에 걸쳐 4500여만원의 금품을 받은 점도 공소장에 적시됐다.
희림 측 인사가 전씨에게 “회사의 세무조사를 막아달라”고 부탁했고, 전씨가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3선 국회의원과 현직 국세청 고위 간부를 만나는 자리를 주선했다는게 특검 조사 결과다.
전씨는 희림 측 인사에 “부탁을 맨입으로 하느냐, 나는 네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데 너는 아무것도 안 해주냐”라는 취지로 대가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