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45년만에 신기록…트럼프발 불확실성에 올해만 40% ↑

입력 2025-09-12 11:57
7일 서울 종로구 한 쥬얼리 가게에 놓인 골드바. 연합뉴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금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물가 상승을 반영해 조정한 수치로도 45년 전 기록을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9일 런던금시장협회(LBMA)에서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3674.27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11일 종가는 다소 내려간 3634.07달러였지만, 올해 들어 금값은 이미 40% 가까이 상승했다. 올해에만 30차례 넘게 최고가를 새로 썼다.

특히 최근 랠리는 단순 명목 가격뿐 아니라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실질 가격에서도 과거 최고점을 넘어섰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1980년 1월 기록된 850달러는 현재 물가로 환산하면 약 3590달러인데, 금 현물 가격이 이를 웃도는 수준인 것이다.

블룸버그는 “오르는 물가와 통화 가치 하락을 막는 수세기나 된 헤지(위험 회피 수단)로서 금의 자격을 한층 더 강화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마라톤 리소스 어드바이저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로버트 멀린은 “금은 수백년간 역사적으로 그런 역할을 해온 독특한 자산”이라며 “자산 관리자들은 재정 적자 지출 규모를 우려하고 중앙은행이 정말로 인플레와 싸우겠다는 우선순위와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는 시기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이번 상승세의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기조가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 전쟁을 벌이고, 대규모 감세를 추진하는 동시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한 강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미국 고용 둔화와 경기 침체 우려가 겹치면서 금리 인하 전망이 높아졌는데, 전통적으로 금리 인하는 국채와 비교한 금의 상대적 자산 가치를 더 높이는 요소다.

세계은행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 카먼 라인하트는 “금(금값 랠리)은 단지 인플레가 여전히 문제라는 새삼스러운 자각을 반영할 뿐 아니라 세계의 불확실성을 반영한다”며 “불확실성이 있을 때 금은 언제나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