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골프 아이언헤드GC 팀 캡틴인 재미교포 케빈 나(42)가 KPGA투어 대회에 2주 연속 출전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오는 15일부터 나흘간 경북 구미시 소재 골프존카운티 선산(파71)에서 열리는 골프존 개업(총상금 10억원)과 그 다음 주에 열리는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2억 5000만원)이 출격 무대다.
전 세계 모든 투어는 퀄리파잉 요건을 충족한 선수에게 해당 투어 출전권을 부여한다. 다만 단일 대회의 경우 스폰서의 초청 또는 해당 투어의 추천이 있으면 비회원의 출전도 가능하다. 그중 초청은 대회 흥행을 위한 카드로 주로 사용된다.
케빈 나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서 활동하다 2022년에 출범한 LIV골프로 이적했다. 따라서 그의 활동 무대는 현재로선 LIV골프 혹은 LIV골프의 지원을 받는 아시안투어로 제한된다.
그런 그가 이번 골프존 오픈 출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스폰서 초청이 아닌 KPGA 김원섭 회장의 추천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은 최경주재단 최경주 이사장의 추천이다.
케빈 나는 골프존 오픈에 앞서 KPGA투어, 일본프로골프투어, 아시안투어 공동 주관으로 지난 11일 개막한 신한동해오픈 대회조직위에도 지인을 통해 출전 가능 여부를 타진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그가 KPGA투어 출전에 이토록 공을 들인 이유는 뭘까. 여러 설들이 파다하지만 LIV골프 강등권으로 밀린 장유빈(22)의 대타를 물색하기 위한 비즈니스 행보라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케빈 나의 2주간 KPGA투어 행보에 곱지 않은 시선이 만만치 않은 이유다.
장유빈은 지난해에 KPGA투어 최고 히트 상품이었다. 대상, 상금왕, 평균타수상 등 개인상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함으로써 대형 스타 탄생을 바라는 골프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그런데 그런 장유빈은 지금 어떤가. LIV골프로 이적해 케빈 나의 아이언헤드GC 팀 일원으로 활동하다 이렇다 할 성적 한 번 내보지 못하고 강등권으로 밀려 퇴출을 앞두고 있다.
오는 12월에 미국에서 있을 시드전에 해당하는 프로모션에 출전할 예정이나 1~3명 정도만 생존할 수 있어 그 또한 여의치 않다. 사실상 국내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그를 LIV골프로 이적시킨 케빈 나와 KPGA 임원 등 일부 인사들의 비즈니스(?)는 대성공이었다. 아이언헤드GC와 쿠팡 플레이 간의 천문학적 금액의 핵심 파트너(Principal Partner) 계약을 성사시켰기 때문이다. 지난 5월2일부터 사흘간 열렸던 LIV골프 코리아는 그 계약의 일환이었다.
장유빈이라는 매개체가 없었더라면 당시 계약은 과연 성사됐을까. 아마도 십중팔구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국내 기업인 쿠팡 플레이로서는 장유빈이라는 흥행카드가 없었더라면 투자를 했을 리가 만무했다.
결론적으로 장유빈의 LIV골프 도전은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김 회장도 그 책임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장유빈의 LIV골프 이적 전 과정을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이 컸음에도 그의 이적을 사실상 방관했다는 점에서다.
그럼에도 김 회장이 케빈 나를 위해 또다시 판을 깔아 주는 행동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의 출전으로 KPGA투어 시드 유지를 걱정해야 할 선수 중 한 명은 출전 기회를 빼앗기게 됐다.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것과 다를 바 없다.
많은 투어가 윈윈을 위해 상호 간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것은 관례가 되고 있다. 하지만 KPGA투어와 LIV골프는 그런 업무적 협업 관계는 아니다. 아니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김 회장은 친 LIV골프 행보를 고집한다.
실제로 그는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GC에서 열렸던 LIV골프 코리아 대회 기간 내내 현장에 상주하다시피 했다. 같은 기간 남서울CC에서 열리고 있던 KPGA투어 메이저급 대회 GS칼텍스 매경오픈 현장에는 한 번도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대한골프협회(KGA)와 아시안투어 공동 주관 대회이긴 했지만 출전 선수 절반 이상이 KPGA투어 선수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김 회장의 행동은 선수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라도 당연히 그 반대가 됐어야 했다.
선수 한 명의 추천을 두고 지나친 비약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작금의 KPGA 상황이 남의 사정을 봐줄 정도로 그렇게 한가하지 않기에 좌시할 수 없었다. KPGA는 현재 심각한 노사갈등으로 연일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시시비비를 떠나 그 갈등으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KPGA의 주인인 회원들의 몫이 된다.
그런 상황에서 김원섭 회장이 케빈 나를 골프존 오픈에 추천 선수로 출전시킨 것은 또 하나의 문제를 야기한 것과 마찬가지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김 회장의 협회 운영이 독선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소나기는 피하라고 했다. 노사갈등에다 투어의 휴식기가 2개월여로 길어지면서 회원들의 인내심 또한 임계점에 다다랐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엄중한 시기에는 사태를 악화시키는 도드라진 행동이나 행정을 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그런 점에서 임기 2년 차를 보내고 있는 김 회장이 초심을 잃지 않고 회원들의 목소리에 더욱더 귀를 기울이고 여론의 추이를 살펴 가면서 협회를 이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