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불과 15일 때문에 협상을 깨나” 김병기, 의총서 격노한 이유

입력 2025-09-11 17:27 수정 2025-09-11 18:45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국회에서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대 특검법 개정안 여야 합의 과정을 설명하는 비공개 의원총회 자리에서 “15일 차이로 여야 합의의 틀을 깨는 게 맞냐”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요구대로 30일 연장을 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 수사 기한을 15일 늘릴 수 있는 조항을 협상안에 넣어뒀는데, 당내 여론에 떠밀려 협상안이 결렬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것이다.

11일 국민일보가 입수한 당초 특검법 개정 여야 합의 초안에 따르면 내란 특검의 경우 수사 기한이 실질적으로 15일 연장이 가능했다. 기존 특검법상 20일의 준비 기간이 보장돼 있지만 내란 특검의 경우 5일의 준비 기간만 쓰고 바로 수사에 개시했다. 민주당은 사용하지 않은 준비 기간 15일을 실질적으로 수사 기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대야 협상용’ 개정안을 구상했다.

현행 특검법상 수사 개시 기간은 ‘준비 기간이 만료된 날부터 다음날’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 초안에 “특검의 수사 개시시기는 (특검이) 임용된 날로부터 20일이 지난 날의 다음 날부터로 한다”고 설계했다. 즉 특검법상 준비 기간을 다 쓸 수 있도록 보장한 셈이다. 내란 특검도 이같은 내용을 민주당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민주당은 야당 요구를 수용해 특검 수사 기간을 연장하지 않더라도 수사 기간에 15일을 추가할 수 있다고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30일 추가 연장’ 카드를 포기하더라도 실질적인 수사 기간의 차이는 결과적으로 15일에 불과해진다.

하지만 지난 10일 오후 수사 기한을 연장하지 않는다는 합의안이 발표되자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강력한 반대가 일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이런 여론을 의식해 10일 밤 재협상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김 원내대표는 이 같은 협상 방향을 당과 긴밀히 소통해오며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날 아침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직접 협상 추진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동안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던 일부 의원들이 이날 오전 갑자기 “수사기한 연장이 가장 중요하다”며 공개 반발하자 비난의 화살은 김 원내대표에 향하게 됐다.

김 원내대표가 이날 의총에서 “그럼 법사위 원안대로 진행하겠다”고 발언하자 당내에서 재판 중계 의무 등 위헌 소지가 있는 항목에 대한 우려가 뒤늦게 제기됐다고 한다. 관련 발언이 여럿 이어지자 김 원내대표는 “수사 기간이 문제라면서 왜 아무도 말하지 않느냐”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의총에서 수사 기간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의원은 없었다고 한다.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은 수사기한보다 정부조직법 개편이 중요하다는 데 당론이 모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에도 민주당에서 수사기한 연장이 중요하다는 발언이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나온 적이 없었고, 15일 연장보다 정부조직법 개편이 더 중요했다고 봤다는 게 원내 지도부 측 설명이다.

이날 특검법 개정안 합의가 물거품으로 돌아가며 금융감독위원회 설치 등의 정부조직법 개편은 한참 늦어질 전망이다.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금감위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를 통과하기 위해선 야당인 국민의힘과의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측은 패스트트랙을 통해 상임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금감위 관련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금감위와 기재부 개편은 내년 4월에야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한웅희 김판 기자 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