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11일 당 대선 후보 교체 사건의 당사자인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과 이양수 전 사무총장에 대해 징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선에서 당 지도부가 잘 싸워보려고 한 조치를 두고 법적으로 징계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에서다. 두 사람이 당직에서 사퇴함으로써 정치적 책임을 다했다고도 평가했다.
여상원 당 중앙윤리위원장은 중앙당사에서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공람종결, 징계위에 회부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당무감사위원회가 지난 7월 두 사람에 대해 당원권 정지 3년 징계를 청구한 바 있다.
여 위원장은 법원이 당시 김문수 후보 측에서 제기한 대선 후보 지위 인정 등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법원이 후보 교체 등에 대해 이미 정당 자율성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후보교체 결정이 권 전 비대위원장과 이 전 사무총장 두 사람의 독단적 결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여 위원장은 “후보 교체 건은 둘이서 한 게 아니고 비대위, 당내 국회의원 토론 등을 거쳐서 결론을 내렸다”며 “주진우 의원을 비롯한 법률가 출신 의원들에게 자문을 구했고, 대부분 문제가 없다고 해서 후보 교체 과정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무감사위가 문제 삼았던 ‘당헌 74조 2항’에 대한 판단도 달랐다. 해당 조항은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대선 후보자 선출에 관한 사항을 선거관리위원회 심의와 비대위 의결로 정한다’는 내용이다. 당무감사위는 이 조항을 근거로 후보 교체를 시도한 것은 전혀 근거 없는 불법 행위라고 지적했지만, 윤리위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영역이라고 해석했다.
윤리위는 후보 교체가 벌어지게 된 경위도 문제 삼았다. 여 위원장은 “김 후보가 한동훈 후보와 양자 경선할 때 후보 단일화 기치를 내걸고 대선 후보로 당선됐다”며 “그러나 후보 확정 후 단일화에 대해 계속 소극적인 입장을 내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로서는 가능성이 1%라도 더 있는 후보를 내세워 이재명 후보와 싸움해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후보 등록일인 5월 10일 전인) 마지막 5월 9일까지 단일화를 하다 안되니 시간을 새벽 3시로 잡아 당원 온라인 투표를 했다”며 “이 부분은 윤리위 안에서도 ‘터프하다’고 생각했지만, 비상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이해해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됐다”고 말했다.
여 위원장은 또 “권영세, 이양수에게 사적 이익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라며 “일부가 한덕수 총리로 미리 정하고 후보 교체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던데,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결과가 국민의힘 패배로 나왔는데, 행위 자체를 보고 판단해야지 그것 때문에 징계 문제가 나와서는 안 된다”며 “총대 멜 사람이 비대위원장과 사무총장밖에 없었다. 대선에서 잘 싸워보겠다고 한 것을 윤리위에서 징계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권 전 비대위원장은 이를 두고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권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시작부터 잘못됐지만, 올바른 결정을 내려준 윤리위원장과 윤리위에 고맙다”면서도 “당무감사위원회가 굉장히 편향적이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에 따라 움직인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