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영유권 분쟁’ 스카버러 암초에 자연보호구역…필리핀 “권익침해” 반발

입력 2025-09-11 17:18 수정 2025-09-11 17:26
중국과 필리핀이 영유권 분쟁 중인 스카버러 암초의 위치를 중국 영해 내로 표기한 중국 지도. 붉은 색 선은 중국이 해상경계라고 주장하는 구단선의 일부다. 바이두

중국 정부가 필리핀과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의 스카버러 암초(황옌다오·바조데마신록)에 국가급 자연보호구역을 신설하기로 했다. 생태계 보호가 명분이지만, 이곳 해역의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11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지난 9일 스카버러 암초를 국가급 자연보호구역으로 신설하자는 자연자원부의 요청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국무원은 “황옌다오 국가급 자연보호구를 설립하는 것은 황옌다오 자연 생태계의 다양성·안정성·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자연자원부에는 “자연보호구역 관련 불법 활동에 대한 단속 노력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국가임업초원국은 10일 오후 자연보호구역 신설과 관련된 세부사항을 발표했다. ‘황옌다오 국가급 자연보호구역’은 중국 하이난성 싼사시에 있고 면적은 3523.67㏊다. 이 중 1242.55㏊를 핵심구역, 나머지 2281.12㏊의 면적을 시험 구역으로 분류했다. 주요 보호 대상은 산호초 생태계라고 밝혔다.
스카버러 암초. 웨이보

AP통신에 따르면 필리핀 외교부는 11일 “중국의 불법 행위에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면서 “중국의 조치는 국제법에 따른 필리핀의 권리와 이익을 명백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필리핀은 중국이 바조데마신록에 대한 필리핀의 주권과 관할권을 존중하고 국무원 명령의 집행을 즉시 철회하며 국제법에 따른 의무를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외교부 린젠 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황옌다오는 중국의 고유 영토이며 국가급 자연보호구역을 설립하는 것은 중국의 주권 범위 내에 있다”며 “황옌다오의 생태 환경을 보호하고 자연 생태계의 다양성·안정성·지속성을 유지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필리핀의 영토 범위는 일련의 국제 조약에 의해 확정됐고 황옌다오는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은 필리핀의 부당한 비난과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서 “필리핀 측에 관련 침해와 도발, 무분별한 선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약 90%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며 인근 국가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스카버러 암초를 두고는 필리핀과 영유권 분쟁 중이다. 지난달에는 이곳 해역에서 중국 해경선이 필리핀 해경선을 추격하다 중국 해군 군함과 충돌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스카버러 암초를 자국 영해에 포함한 영해기선을 공포하고 관련 해도를 유엔에 제출했다. 필리핀도 분쟁 해역의 영유권 범위를 규정하는 법을 제정하는 등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

정즈화 상하이교통대 부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자연보호구역을 신설함으로써 중국이 분쟁 지역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은 환경 보호라는 명목으로 중국인뿐 아니라 필리핀인을 포함한 어부들이 해당 지역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 필리핀 법 집행 인력의 주둔을 억제하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 보호가 중국의 통제를 강화하는 데 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