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선교역사관, 다음 달 임시 개방…전킨·드루 선교사 발자취 기념한다

입력 2025-09-11 17:07
군산선교역사관이 내년 1월 준공을 앞두고 다음 달 시민들에게 임시 개관된다. 사진은 역사관 조감도. 군산시 제공

군산과 호남 지역에서 130여년 전 선교·교육·의료에 헌신했던 전킨 선교사와 드루 선교사의 숨결이 ‘군산선교역사관’을 통해 되살아난다. 군산시는 지난해 1월 착공한 역사관 건립 사업이 막바지 단계에 있으며 다음 달 시민과 관광객에게 임시 개방한다고 최근 밝혔다. 정식 준공과 개관은 내년 1월로 예정돼 있다.

군산선교역사관은 1893년 군산에 도착해 학교와 교회를 세운 호남 최초의 선교사 전킨(JR Jones)과 군산 최초의 병원을 운영하며 지역민을 섬긴 드루(Drew) 선교사의 헌신을 기념하기 위해 추진됐다. 두 선교사의 사역은 단순한 복음 전파를 넘어 교육·의료·사회운동으로 확산되며 군산과 호남 근대사의 출발점이 됐다.

전킨(J.R. Jones) 선교사. 군산시 제공

특히 전킨과 드루가 세운 구암병원 영명학교 멜본딘여학교 안락소학교 등은 지역 교육과 의료의 기초를 다졌고, 교회와 학교는 3·5만세운동 등 항일운동의 거점으로 자리했다. 주 무대였던 구암동산은 지금도 항쟁의 역사를 간직하며 군산의 정신적 맥을 이어가고 있다.

전킨기념사업회(이사장 장철희 목사)와 군산시는 이번 역사관 건립을 통해 지역 정체성을 복원하고, 철길마을 등 인근 관광자원과 연계한 문화관광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장철희 목사는 “군산선교역사관은 단순히 과거를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한국교회 선교의 뿌리를 기억하고 미래 세대에 계승하는 신앙교육의 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암동에 들어서는 군산선교역사관은 총사업비 60억8000만원을 투입해 연면적 999㎡, 지상 3층 규모로 건립된다. 외형은 과거 멜본딘여학교 건축 양식을 모티브로 재현했으며 내부에는 전시실과 수장고, 기획전시실, 교육 공간, 체험실, 카페, 사무실 등이 갖춰졌다. 개관 후에는 조선 선교 당시 사용된 성경책과 교과서, 망원경, 군산의 옛 모습을 담은 필름, 선교 물품 등 역사적 가치가 높은 희귀 소장품이 공개될 예정이다.

의료 선교사 드루(Drew). 군산시 제공

군산선교역사관 건립은 군산 지역사회의 오랜 숙원이었다. 종교를 넘어 군산 근대사의 뿌리를 기념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꾸준히 제기됐으나 국비 확보에 번번이 실패하며 좌초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인근 기독교박물관 조성과 겹치면서 사업의 불투명성이 커졌지만 군산시와 정치권, 교계의 지속적인 설득 끝에 예산이 확보됐다.

시는 전문가 자문단을 꾸려 세미나와 국내 사례지 견학을 통해 타당성을 점검하며 사업을 추진해왔다. 시 관계자는 “군산선교역사관은 한국 근대사의 뿌리를 되새기고 미래세대에게 신앙과 역사를 계승하는 교육의 장이 될 것”이라며 “원활한 운영을 통해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군산=김혁 객원기자 jong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