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가 극우 온상? 조사해보니 ‘오해’였네”

입력 2025-09-11 14:15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가 지난 4월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복귀를 바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국민일보DB


‘기독교의 극우화’ 인식은 실제 모습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원장 신승민 목사)이 발표한 개신교인 인식조사에 따르면 한국사회와 한국교회의 극우 성향은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사연은 11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세미나를 열고 한국교회 극우성향 실태를 밝혔다.

기사연은 지난달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기독교인 2376명을 대상으로 웹조사를 실시했다. 기사연은 극우를 ‘체제의 기득권층에 대한 불신을 기반으로 권위적 리더십과 급진적 수단을 통해 기존 질서를 재편하려는 정치질서’라고 정의했다. 이에 따라 ‘정치적 안정과 경제발전을 위해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 ‘현재의 정치·사회체제를 과감하게 타파하기 위해서는 급진적 수단이 필요할 수 있다’ 등 7개 질문에 모두 동의한 경우 극우로 판단했다.

그 결과 개신교인 내 극우성향으로 분류된 집단은 전체 응답자의 21.8%로 나타났다. 지난 5월, 연세대 복지국가연구센터와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한국 사회 전체의 극우 비율이 21%였던 것과 비교하면 비슷한 수치다.

전광훈 손현보 목사 등의 탄핵 반대 입장에 대한 동의 여부 <자료: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또 대다수 개신교인은 계엄 기간 극우 성향 개신교 집단의 탄핵 반대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탄핵 정국 당시 전광훈·손현보 목사 등이 주장한 탄핵 반대 입장이 정당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22.5%만이 ‘그렇다’(대체로+매우)고 답했고, 60.7%는 ‘그렇지 않다’(전혀+별로)고 답했다. 또 탄핵 찬성 집회에 참여한 비율(12.6%)이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한 비율(7.9%)보다 더 높았다.

기사연이 조사한 '개신교인 인식조사' 패널들이 11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발제를 마치고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경일 성공회대 교수, 신익상 성공회대 교수, 최형묵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소장, 송진순 이화여대 교수.


기사연은 개신교 전반이 극우화한 것처럼 보이는 이런 착시현상은 집회를 주도한 이들과 참여한 이들의 의식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최형묵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소장은 “탄핵 찬성 집회의 경우 시민사회단체의 주도로 이뤄지나 탄핵 반대 집회는 주도자들이 목사이거나 크리스천임을 강조하는 인물”이라며 “집회 형식과 언어가 교회 예배 요소와 신앙적 담론을 결합하고 있고 동원된 교인들의 조직적 참여를 봤을 때도 개신교인의 주도성이 도드라진다”고 설명했다.

최 소장은 이어 “고연령층 남성 목사와 장로가 사실상 한국교회 대표권을 독과점하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한국 개신교의 공적 입장이 보수성향으로 기우는 것을 막을 수 없고 따라서 한국 개신교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개선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개신교 극우 집단의 탄핵 반대 이후 기독교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 하락 여부 <자료: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개신교 극우화에 대한 오해는 기독교 신뢰도와 직결됐다. ‘일부 기독교 극우 집단의 탄핵 반대로 기독교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가 더 낮아졌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1.8%가 ‘그렇다’(대체로 그렇다+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그렇지 않다’(전혀+별로)고 답한 비율은 20.3%에 그쳤다.

정경일 성공회대 교수는 “사랑과 화해를 핵심 신앙 가치로 강조해 온 개신교가 사회와 다르지 않고 비슷한 극우성향 수치를 보인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정 교수는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극우주의와 개신교가 결속해 사회통합을 위협하고 있는 국제적 현실을 고려할 때 한국에서도 극우 개신교가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따라 화해자로서의 교회 소명을 깊이 성찰할 때”라고 조언했다.

글·사진=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