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장로교 권세열(프랜시스 킨슬러·1904~1992) 선교사의 사역을 기리기 위한 킨슬러재단(이사장 신영순)이 한국에서 공식 출범했다. 재단은 킨슬러 가문의 신앙 유산을 계승해 북한 선교의 디딤돌 역할을 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킨슬러재단은 11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킨슬러재단 창립 감사예배’를 드렸다. 자리에는 목회자와 교인 등 50여명이 참석해 재단의 출범을 축하했다.
이날 설교자로 나선 김경진 소망교회 목사는 ‘가난한 자를 도우라’(잠29:7, 13~14)는 제목의 설교에서 “140년이 넘는 한국교회 역사에서 수많은 선교사님이 가난하고 척박한 이 땅을 찾아와 사람들을 돌보고 미래를 열어주려 힘썼다”며 “킨슬러 목사님 가문이 남긴 ‘성경 보급 운동’은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을 준 일이었고 공부할 길이 막혀 있던 청년들에게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준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4명의 선교사를 배출한 킨슬러 가문이 이룬 아름다운 헌신을 기억하며 재단이 다시 세워진 것은 큰 기쁨”이라며 “하나님께서 주신 새로운 소명, 곧 ‘가난한 자를 도우라’는 말씀에 우리 모두가 응답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킨슬러재단은 한국위원회를 통해 북한선교를 비롯한 빈곤국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신영순 재단 이사장은 “올해 선교 140주년을 맞아 재단을 창립하게 된 것은 선교의 사명을 계속 이어가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신 이사장은 “남편 권오덕(1934~2024) 목사님이 감당하신 사역은 가난한 남북 청소년 150만명 이상에게 교육의 문을 열어주었다”며 “저 역시 남편과 함께 인도 청소년, 멕시코 장애인, 교도소·노숙인 사역을 도왔다”고 회고했다.
이어 “앞으로 한국교회가 북으로 들어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 믿어 재단 설립을 결단했다”며 “이는 결코 가문의 자랑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선친들께서 눈물로 뿌린 복음의 씨앗이 이제는 북한에서도 풍성한 열매를 거두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킨슬러 가문은 1928년 권세열 선교사가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로 평양에 들어오면서 복음 사역을 펼쳤다. 그는 ‘성경구락부’를 설립해 가난한 어린이들과 해방 이후 피난민 자녀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했으며, 6·25 전쟁 중에는 구호품으로 미망인과 고아를 돌보기도 했다.
킨슬러 가문에는 권세열 선교사를 비롯한 총 14명의 가족 선교사들이 한국 땅에서 헌신하며 하나님의 사랑을 전해 왔다. 2대 권오덕 선교사에 이어 3대 권요한 교수도 현재 한국에서 교수로 사역하고 있다.
글·사진=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