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이나 항암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주목받는 ‘암 냉동제거술(크라이오어블레이션·Cryoablation)’이 동남권에서도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23년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처음으로 암 냉동제거술을 시행한 이후, 환자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효과와 안전성이 의료진과 환자들 사이에서 입증되고 있다.
암 냉동제거술은 특수 바늘을 종양에 삽입한 뒤 초음파나 CT 같은 영상 장비로 위치를 확인하면서 해당 부위를 영하 40도 이하로 냉동·해동하는 과정을 반복해 암세포를 괴사시키는 방식이다. 고주파나 극초단파 소작술처럼 세포를 직접 태우는 방법과 달리 통증이 거의 없고 정상 조직 손상도 최소화된다. 부분 마취로 진행할 수 있어 환자 부담이 적고, 시술 후 회복이 빠른 것이 특징이다.
최현욱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영상의학과 주임과장은 11일 “냉동 과정 자체가 마취 효과를 내 환자가 시술 중 통증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며 “짧은 시간 안에 시술이 끝나고 회복도 빨라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고주파나 마이크로파 소작술은 암을 태우는 과정에서 상당한 통증과 합병증을 동반하지만, 냉동제거술은 이런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임상에서도 성과가 확인되고 있다. 간 기능 저하로 수술이 불가능했던 60대 환자는 냉동제거술을 받은 뒤 1년간 추적 검사에서 암이 완전히 사라졌다. 신장 절제술 후 재발한 50대 환자는 암 부위만 정밀하게 제거해 신장을 보존할 수 있었고, 폐 기능이 크게 떨어져 수술이 어려웠던 80대 폐암 환자도 시술 6개월 뒤 영상 검사에서 종양이 소멸한 것이 확인됐다.
냉동제거술은 현재 간암, 신장암, 폐암 등 다양한 암에 적용되고 있으며, 3㎝ 이하 초기 간암에서는 수술에 버금가는 완치율을 보인다는 보고가 있다. 뼈 전이암 환자의 경우 통증 완화 효과가 커 마약성 진통제 사용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치료 시간은 준비 과정을 포함해 약 1시간 내외다. 간암 환자는 시술 다음 날 퇴원할 수 있고, 신장암 환자는 며칠 내 회복한다. 폐암 환자는 객혈 등 합병증 여부를 살피기 위해 수일간 입원하지만 대체로 5일 이내에 일상으로 복귀한다.
최 과장은 “수명이 늘고 고령 환자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수술할 수 없는 환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냉동제거술은 통증과 합병증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치료 대안으로, 앞으로 더 많은 환자에게 적용해 치료 기회를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