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선택하는 거 엄청 어려워하는데.”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답변할 질문을 직접 선택해달라는 사회자 강유정 대변인의 요청에 한 말이다. 다소 엄숙한 분위기로 시작된 기자회견은 이 대통령의 유쾌한 발언으로 일순간 부드러워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흰색과 푸른색이 교차된 경쾌한 느낌의 줄무늬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지난 100일은 ‘회복과 정상화를 위한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며 “남은 4년 9개월은 ‘도약과 성장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두발언이 끝난 뒤 기자단 사이에서 박수가 나오자 이 대통령은 “박수 치기 부담스럽죠”라며 농담을 던졌다. 이에 기자단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고, 이 대통령은 다시 “엄청 불편해하시는 것 같은데 아무도 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은 민생·경제, 정치·외교·안보 사회·문화 등 세 분야로 나뉘어 진행됐다. 질문하는 방식은 두 가지 질문 가운데 이 대통령이 하나를 선택하거나, 기자들의 명함을 모아 추첨하는 등 다양하게 준비됐다. 먼저 강 대변인이 “(A와 B 질문 중) 하나를 선택해주시면 저희가 읽어드리겠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저 선택하는 거 엄청 어려워하는데”라며 난감해했다.
결국 강 대변인이 이 대통령을 대신해 고른 질문은 부동산 대책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이 대통령은 “단 한 번, 두 번의 대책으로 이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인다”며 “수요를 실수요자 중심으로 바꾸고 투기·투자 유인으로 부동산을 취득하는 일을 최소화하려면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선택’과 관련된 이 대통령의 농담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강 대변인이 이 대통령에게 질문할 기자를 직접 골라달라고 요청했을 때였다. 이 대통령은 “제가 누구를 고르면 배제된 사람들이 싫어할 것 같다”며 애둘러 거절하고는 국회에 있던 시절 일화를 꺼냈다.
이 대통령은 “제가 일종의 결정장애 중 하나일지도 모르는데 선택한다는 것은 어떤 걸 배제한다는 것 아니냐. 그래서 여의도에 있을 때도 제 편을 안 만들었다”며 “제 편을 만드는 순간 편이 아닌 사람은 남이 되더라. 그래서 가까운 사람이 없는 거 아니냐는 얘기를 듣기도 했는데 제 성격 때문이니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주식 양도세 관련, 남북관계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답변을 이어갔다. 특히 미국 이민 당국에 구금된 한국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한국 시간으로 오후 3시 구금 시설에서 출발할 예정”이라며 “우리 국민 316명과 외국인 14명 등 총 330명이 (한국으로 온다)”고 말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이라는 슬로건으로 준비됐다. 내·외신 기자 152명이 참석했으며, 예상 소요시간은 90분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되도록 많은 질문을 받겠다”고 언급한 만큼 회견 시간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