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최측근 찰리 커크, 공개 행사에서 피격 사망

입력 2025-09-11 05:53 수정 2025-09-11 14:0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인 찰리 커크 '터닝포인트 USA' 창립자가 10일(현지시간) 유타밸리 대학교에서 연설하는 모습. 커크는 직후 총격을 당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아이콘인 찰리 커크(31)가 10일(현지시간)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대낮 대학 캠퍼스에서 유명 인사가 총격으로 사망하면서 미국 전역이 경악하는 모습이다. 특히 상대 진영을 증오하는 극단화된 정치가 폭력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커크는 이날 유타주에 있는 유타밸리대학 행사 도중 청중과 문답을 하던 도중 총에 맞고 쓰러졌다. 총성 한 발이 울리자 커크는 휘청한 뒤, 오른손으로 목을 감싸면서 넘어졌다.

커크는 총격을 받은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얼마 뒤 사망했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NYT에 따르면 용의자는 200야드(약 183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커크에게 총격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괴한이 옥상에서 총격은 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엑스 등 소셜미디어에는 커크가 사건 당시 목 부분에 총격을 받은 뒤 뒤로 쓰러지는 영상이 확산다.

수사당국은 아직 용의자를 뒤쫓고 있다. 애초 현장에서 연방수사국(FBI)에 구금된 인물이 나왔지만 용의자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캐시 파텔 FBI 국장은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 소속 스펜서 콕스 유타주지사는 이번 총격을 ‘암살’로 규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애리조나주에서 열린 행사에서 찰리 커크와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커크를 추모하는 메시지를 수차례 냈다. 그는 커크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트루스소셜에 “위대한, 전설적인 찰리 커크가 죽었다”며 “그는 모두에게, 특히 나에게 사랑받고 존경받았다”고 추모했다. 그는 앞서 “총격을 당한 찰리 커크를 위해 우리 모두 기도해야 한다.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훌륭한 사람”이라고 썼다.

트럼프는 이날 오후 트루스소셜에 올린 영상에서 커크에 대해 “그는 진실과 자유를 위한 순교자”라며 “수년간 급진 좌파는 찰리와 같은 훌륭한 미국인들은 나치와 세계 최악의 대량 학살자, 범죄자들에 비교해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오는 14일까지 커크를 추모하기 위한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트럼프의 두 아들인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등 트럼프 진영 인사들이 줄줄이 추모 메시지를 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엑스에 “이런 종류의 폭력은 우리나라에 있을 곳이 없다. 당장 종식돼야 한다”고 썼다.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도 “이번 행위(총격)를 강력히 비난한다”며 “우리 모두는 이것이 더 많은 폭력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커크는 18세였던 2012년 보수주의 정치운동 ‘티파티’ 활동가 윌리엄 몽고메리와 함께 ‘터닝포인트 USA’를 설립했다. 2020년에는 ‘마가(MAGA) 독트린’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보수 성향의 기독교인인 커크는 미국 내 젊은 세대에서 강경한 보수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인물이었다. 트럼프를 1기 시절부터 측근으로 활동하며 트럼프가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받는 데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 내각 인선에도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최근 한국에서 열린 보수 행사에서 연설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극단적인 정치 문화가 폭력으로 이어지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미네소타주에서는 민주당 주의원 부부가 총격으로 희생됐다. 4월에도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관저에 방화 시도가 있었다. 트럼프도 지난해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 도중 총격을 당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