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년 만의 극심한 가뭄으로 강원도 강릉시에 재난사태가 선포된 지 13일째다. 생활용수 확보를 위해 비상 방류수까지 동원하고 있지만 뚜렷한 효과가 없어 지역사회는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강릉 교계는 “하루빨리 단비가 내려 주민들의 고통이 덜어지길 기도해 달라”고 요청하며 지역의 아픔을 함께 짊어지고 있다.
이기원 강릉성결교회 목사는 1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강릉은 시간제 단수 제한 급수가 진행되고 있다”며 “대형 아파트나 호텔 같은 대형 수용가는 정해진 시간에만 물을 공급받는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집만 해도 아침과 저녁 각각 7시부터 30분 간 두 차례만 물이 나온다”며 “세탁과 식생활에 큰 불편이 따른다. 주일에는 원하는 시간에 씻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토로했다.
가뭄은 교회 운영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 목사는 “코로나 때와 달리 예배 자체를 중단해야 할 이유는 없지만, 교회 식당 운영은 고민하고 있다”며 “물 사용을 줄이기 위해 지난주에는 기름기가 적고 설거지가 간단한 음식을 제공했다. 설거지 물을 최소화하기 위해 절수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석주 초당침례교회 목사도 교회 식사 운영에 변화를 줬다. 그는 “국은 생수로 끓이고 설거지를 줄이기 위해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있다”며 “식사를 교회에서 하지 않아도 결국 각 가정에서 물을 써야 하기 때문에 교회 차원에서 절수 가능한 범위를 찾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회가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식사 제공을 이어가는 이유는 교인들의 일상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서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강릉 지역교회들은 가뭄 극복을 위해 봉사하는 현장 인력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전하고 있다. 강릉시기독교연합회(회장 김영철 목사)는 지난 3일부터 매일 아침마다 오봉댐 물 공급에 투입된 소방대원과 육·해·공군 장병들에게 식사와 생수를 전하며 격려하고 있다.
김영철 회장은 “오봉댐 저수율이 11% 수준에 불과해 장병들이 힘겹게 물을 붓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난다”며 “소방대원들도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로 고생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날마다 현장을 지키며 수고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고 전했다. 그는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건강을 잃지 않도록 기도하겠다”고 덧붙였다.
강릉 교계는 기도의 자리도 마련했다. 강릉시기독교연합회는 10일 ‘가뭄 극복을 위한 특별기도회’를 열고 함께 지역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도의 손을 모으기도 했다.
이날 강사로 나선 김 회장은 ‘기도의 능력을 보라’(왕상 18:41~31)는 제목의 설교에서 “고난의 시기에도 원망하기보다 기도의 자리에서 믿음을 지키자”며 “하나님은 때가 되면 응답하시고 우리에게 영광을 보여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