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러스 기아가 상대 블리츠크랭크의 그랩 한 방에 많은 걸 잃었다.
디플 기아는 10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5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플레이오프 1라운드 경기에서 T1에 2대 3으로 졌다. 이날 패배로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하고 패자조로 향했다. 이제 한 번만 더 지면 2025시즌이 그대로 끝난다.
유리하던 5세트를 역전당한 게 뼈아팠다. 킬 스코어 4대 1, 글로벌 골드 1400 차이로 앞서던 17분경 3번째 드래곤 싸움을 앞두고 미드 대치 구도에서 통한의 실수가 나왔다. ‘에이밍’ 김하람(스몰더)이 ‘케리아’ 류민석(블리츠크랭크)과의 거리 조절에 실패했고, 곧 그랩에 끌려 데스를 당했다. 양 팀의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김하람의 1데스는 단순 300골드를 내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디플 기아는 원거리 챔피언과 광역 딜러가 없어 라인 클리어에 어려움을 겪었다. 상대의 전령 운영에 미드 1차와 2차 포탑을 모두 내줬다. 반대로 T1은 류민석의 발이 풀리자 답답하던 운영에 속도가 붙었다. 순식간에 핵심 오브젝트 사냥과 포탑 철거에 성공하면서 게임을 굳혔다.
한 번 나간 주도권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T1은 내셔 남작 둥지 인근 시야를 장악하고 블리츠크랭크의 그랩을 이용해 디플 기아를 압박했다. 일방적인 구도 속에서 전개되는 한타의 연속, 결국 바텀 억제기 앞에서 에이스가 나오면서 그대로 풀 세트 혈투가 마무리됐다.
디플 기아 김대호 코치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가시적으로 보이는 5세트 패인은 스몰더가 블리츠크랭크 상대로 드리블을 해보려다가 그랩에 잘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후로 오브젝트 싸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게 돼 쭉 밀리다가 졌다”고 덧붙였다.
김 코치는 또 “그게 아니더라도 챔피언의 파워 그래프를 보면 유충 이후로 계속 몰아칠 수 있었다. 3유충과 트린다미어의 궁극기를 활용해 강한 템포로 몰아치는 게임을 해야 했는데 그런 기회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류민석도 경기 후 국민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미드 그랩 상황을 복기했다. 그는 “미드에서 한쪽 시야를 잡고 그랩 기회를 엿보려고 했다. 상대도 그런 플레이를 의식하고 있었다”며 “내가 잘했다기보단 상대가 실수한 걸 캐치해서 많은 이득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방적으로 시야를 장악해서 소환사 주문을 교환한 뒤 그랩으로 이득을 보기 위해 블리츠크랭크를 골랐다”며 “그럴 기회가 전혀 안 나왔는데 스몰더를 잡고 미드 2차 포탑을 민 뒤로는 기회가 계속해서 나왔다. 미드 포탑의 중요도가 정말 높다 보니 철거한 이후로는 운영이 많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중요한 경기에서 중요한 순간에 나온 치명적인 실수. 디플 기아는 다시 한번 가정의 산 위에 진을 쳐서 절호의 북벌 기회를 놓쳤다. 반대로 T1은 상대방의 실수를 놓치지 않는 팀이 강팀이라는 걸, 그리고 그들이 그래서 강하다는 사실을 또 한 번 디플 기아 상대로 과시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