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I 영성과 비전 계승한 ‘2세대 리더십’들의 비전

입력 2025-09-10 22:05 수정 2025-09-10 22:25
미국 켄터키주 에반젤월드프레어센터 목사, 요하네스 나후웨이 GBI마와르사론교회 목사 벤자민 모한 뉴 라이프 하나님의 성회 목사 (맨 왼쪽부터)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1936~2021) 원로목사는 교회부흥의 노하우와 4차원 영성을 세계교회와 나누기 위해 1976년 CGI(Church Growth International·국제교회성장연구원)를 설립했다. 1세대가 교회 성장의 영적 토대를 세웠다면 2·3세대는 이를 계승해 이영훈 목사의 가르침으로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며 세계 교회 부흥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9일부터 10일까지 열리고 있는 ‘2025 CGI 자카르타’ 대회에서도 세대교체의 흐름을 보여주듯 2세대 목회자들이 전면에 섰다. 인도네시아 GBI 마와르사론교회 성회 현장에서 요하네스 나후웨이 목사와 레이첼 로저스 미국 켄터키주 에반젤월드프레어센터 목사, 인도의 벤자민 모함 뉴라이프하나님의성회 목사를 만났다.

레이첼 목사 “오산리 기도원서 기도 응답으로 태어나”

미국 켄터키주 에반젤월드프레어센터 목사

레이첼 목사는 자신을 “오산리 기도원에서 기도의 응답으로 태어난 존재”라고 소개했다. 어머니가 네 차례 유산을 겪은 뒤 아버지 밥 로저스 목사가 차를 팔아 서울 CGI 대회에 참석했고 이때 오산리 기도굴에서 기도하는 가운데 ‘켄터키로 돌아가면 아이를 얻게 될 것’이라는 응답을 받아 그해 12월 태어났다고 설명했다.

어린시절부터 아버지 손에 이끌려 경험한 CGI는 교제와 배움의 장이었다.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듯(iron sharpens iron)’ 서로에게 배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레이첼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세계 각지의 교회로부터 배우게 되면 비전이 새로워지고 초점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미국 켄터키주 에반젤월드프레어센터는 미국을 대표하는 오순절 교회 중 하나다. 기성세대와 달리 그녀가 바라본 오늘날 교회 성장은 신앙의 ‘기초’ 위에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앙의 기초 위에 공동체, 아웃리치, 예배와 같은 요소들이 더해져야 한다는 의미다.

레이첼 목사는 “다가올 다음세대의 부흥 속에서도 복음은 변하지 않는다”며 “단지 전하는 방식이 달라질 뿐 신앙의 기초는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용기 목사님께 배운 아버지의 일관된 모토는 기도와 금식이었다. 이를 통해 하나님의 일하심을 여러번 경험했다”며 “다음세대가 기도와 금식에서 멀어진 것 같지만, 여전히 금식과 기도를 통해 ‘성령의 부으심’을 사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FC 창립자 컬로넬 할랜드 샌더스

에반젤월드프레어센터 설립자인 할아버지 웨이먼 로저스 목사가 KFC 창립자 컬로넬 할랜드 샌더스를 전도한 일화도 흥미롭다. 우리에게는 하얀 양복에 나비넥타이를 매고 은빛 머리에 짧은 수염과 넉넉한 미소로 기억되는 ‘KFC 할아버지’로 익숙하지만, 샌더스는 젊은 시절 술과 도박, 욕설에 얽매인 거친 삶을 살아왔다.

60대 중반, 길거리 전도를 통해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열린 웨이먼 로저스 목사의 집회를 찾은 그는 복음을 들은 뒤 “제가 천국에 갈 수 있다는 확신을 주시겠습니까?” “제 욕설 습관을 고칠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웨이먼 목사는 흔쾌히 “그렇다”고 답하며 그를 영접시켰다.

샌더스는 회심 후 욕설 습관을 끊었다고 증언했다. KFC 사업으로 큰 부를 얻게 된 뒤에는 기부와 선교 지원에 헌신했으며, 70년대에는 자신이 세운 재단과 재산을 통해 기독교 교육과 의료 활동을 지원했다.

이번 CGI 대회의 유일한 여성 강사로 단상에 선 그는 10일 워크숍 강연에서 여성들에게 신앙의 새로운 용기를 불어넣었다. 레이첼 목사는 “국적도, 문화도, 환경도 하나님의 일하심을 가로막을 수 없다”며 “하나님께서는 오늘 이 시대 여성들을 높이 들어 놀랍게 사용하고 계신다. 믿음으로 일어설 때 하나님의 역사가 나타날 것”이라고 권면했다.

나후웨이 목사 “이 시대 사역, 기성세대보다 더 어렵고 복잡”

요하네스 나후웨이 GBI마와르사론교회 목사

GBI마와르사론교회를 시무하는 요하네스 나후웨이 목사의 집무실에는 조용기 목사와 아버지 야곱 나후웨이목사가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있다. 야곱 목사는 CGI를 통해 조 목사가 가르친 목회와 교회 성장에 관한 비전을 구체화시켜 1978년 설립 당시 100여명에서 출발해 현재 약 1만 5000여명이 출석하는 대형교회로 성장했다. 무슬림 국가에서 청년 중심의 이 교회는 현지 교회 성장의 대표적 모델로 꼽힌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던 그는 여름방학 동안 인도네시아로 돌아와 아버지가 인도하던 집회에서 목회자로의 부르심을 받았다. 이후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해 아버지 밑에서 사역을 배우며 목회의 길을 걸었다. 4년 전 코로나 팬데믹으로 야곱 목사가 소천한 뒤 교회를 맡아 시무해 오고 있다.

나후웨이 목사는 기성세대와 달리 이 시대의 사역이 훨씬 더 어렵고 복잡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버지 세대에는 우리가 설교하면 회중이 그 설교를 그대로 흡수했지만, 이제는 회중이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른 목회자들의 설교와 바로 비교할 수 있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많은 정보와 콘텐츠가 실시간으로 쏟아지면서 성도들이 목회자의 메시지를 깊이 묵상하기보다 빠르게 소비하고 평가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때로는 가벼운 인기 메시지가 성경적이고 본질적인 말씀보다 더 큰 영향력을 미치기도 한다”며 균형과 절제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인도네시아 교회의 성장세를 매우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그래서일까. 이번 CGI 대회에는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약 1700명의 목회자들이 대회장을 찾았다. GBI마와르사론교회는 이들의 식사와 체류비를 지원했다.

나후웨이 목사는 “나 역시 영적 지도자인 CGI 총재 이영훈 목사를 통해 영감을 받아왔듯, 인도네시아 목회자들도 세계적인 리더들을 직접 만나고 배우길 바란다”며 “CGI에서 배운 것을 적용해 인도네시아 교회에 새로운 부흥이 일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벤자민 모한 목사 “CGI 문화적 영향력으로 교회 성장 이끌어야”

벤자민 모한 뉴 라이프 하나님의 성회 목사

디 모한 목사가 시무하는 ‘뉴 라이프 하나님의 성회’는 인도 남부 타밀나두(Tamil Nadu) 주의 주도 첸나이(Chennai)에 자리한 대표적 메가처치로 약 3만5천~4만 명의 성도가 출석하고 있다. 1973년 7명의 성도와 작은 임대 공간에서 출발한 이 교회는 CGI를 통한 교회 성장 원리와 기도·헌신을 바탕으로 눈부신 부흥을 이루며 지금의 규모로 성장했다.

디 모한 목사의 아들 벤자민 모한은 아버지에 이어 CGI 보드멤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첸나이는 인구 약 1200만 명에 달하는, 인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이자 IT와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라며 “도시가 급속히 발전하는 것처럼 복음을 전하는 방식 또한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벤자민 목사는 “아버지께서 사역을 시작하실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가난과 삶의 어려움 속에 있어 집을 방문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자연스러웠고 노방 전도도 가능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보안상의 이유와 기독교인에 대한 경계심 때문에 가정 방문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많은 사람들이 교회로 들어와 믿음을 갖고 그들을 훈련시키는 것이 교회 성장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훈련 방식과 복음 제시 방식을 새롭게 바꿔 대안으로 문화적 영향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의 문화와 미디어는 대도시뿐 아니라 중소도시까지도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 문화적 영향력을 어떻게 선하게 활용하느냐가 차세대 교회의 핵심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연극, 미디어, 음악, 다양한 예배 방식을 통해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배우고 나눌 때, 차세대 교회 성장에 큰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

하지만 CGI의 근간인 하나님께 더욱 의지하는 기도의 본질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기도가 형식적인 프로그램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지만, 비전을 붙잡고 달려간다면 하나님께서 반드시 새로운 전략을 주실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CGI 총재 이영훈 목사에게 깊은 존경과 감사를 전했다. 벤자민 목사는 “이영훈 목사에게서 가장 크게 배우는 것은 차세대 리더들에게 아낌없이 투자해 준다는 점”이라며 “이미 많은 서구 교회들은 이런 투자를 멈췄지만, 이 목사는 여전히 우리를 세워 주고 함께 달려가준다. 그것은 우리에게 주신 가장 큰 격려이자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