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서대문구에서 발생한 초등생 유괴 미수 사건에 대해 경찰의 부실 대응과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이 논란이 되고 있다.
‘오인 신고’라던 경찰은 추가 신고가 접수되자 일당 세 명을 긴급체포하고 두 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그리고 3일 뒤 경기 광명에서 10대 남성이 귀가하던 초등학생 여자아이의 입을 막고 끌고 가려다 긴급 체포되었고, 어제는 제주에서 30대 남성이 초등학생 여자아이를 유인해 차에 태우려다 긴급 체포됐다.
2025년 대낮에 대한민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더 큰 문제는 학부모와 가족들이 여전히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다는 점이다.
아동 유괴 범죄는 살인 등 강력범죄의 전조 범죄로, 피해 여부가 아닌 위험성에 주목해야 한다. 처벌하면 되는 게 아니라 반드시 예방해야 한다.
아동 유괴 범죄의 초동 대응은 과하다 싶을 만큼 신속하고 강력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 순간에 한 아이의 생명과 그 가족의 미래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아동 유괴 범죄의 처벌 또한 확실하고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아이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는 반드시 발각되고 엄히 처벌된다는 사회적 인식이 형성돼야 한다.
미성년자를 유인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미수에 그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으로 처벌될 수 있다.
미성년자를 유인한다는 것은 거짓말 또는 유혹으로 미성년자를 속여 현재의 보호관계로부터 이탈시켜 자신의 지배하에 두는 것을 말한다.
실무에서 피의자들은 ‘장난이었다’, ‘유괴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며 ‘유인의 고의’를 부정하는 경우가 많다.
유인의 고의는 피해 아동이 미성년자라는 것을 알면서 유인하는 행위에 대한 인식이 있으면 족하다.
고의는 내심의 의사이므로 피의자가 이를 부인할 경우 구체적 사정을 기초로 추측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최근 유괴사건에서 피해 아동의 성별과 연령 등을 고려할 때, ‘집에 데려다줄게’라는 거짓말이나, ‘알바할래’와 같은 유혹으로 피해 아동을 차에 태우려는 시도는 단순히 피해 아동을 놀려 재미를 얻고자 한 언행이라기보다는 피해 아동을 속이거나 현혹시키기 위한 언행으로 볼 수 있다.
거짓말과 유혹에 속은 아이들이 차에 타려 했다면, ‘정말 피의자들은 장난이라거나 유괴할 의도는 없었다고 스스로 밝히며 아이들을 태우지 않았을까?’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발생한 약취·유인 범죄 316건 중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233건으로 약 74%를 차지한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수사기관은 초등학교 등하교 시간에 전담 경찰관을 배치하는 등 범죄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5주 간의 한시적 대책이 아니라 녹색어머니회, 자율방범대 등 민간과 협력해 지속 가능한 예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사법부도 아동 유괴 범죄는 양형 기준을 상향하여 원칙적으로 집행유예 없이 실형을 선고하는 등으로 처벌의 확신성과 엄격성을 보강함으로써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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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민 법률사무소 민하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