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밥 대신 잡곡밥, 맞춤형 운동 처방…서울시민 건강수명 3년 높인다

입력 2025-09-10 15:31 수정 2025-09-10 18:00
오세훈 서울시장이 10일 서울시청에서 건강도시 서울 종합계획 ‘더 건강한 9988’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올 하반기부터 시민 누구나 맞춤형 운동처방을 받을 수 있는 ‘체력인증센터’를 자치구마다 1곳씩 운영한다. 흰쌀밥 보다 당지수가 낮은 잡곡밥 선택이 가능한 식당도 늘린다. 일상에서 쉽게 운동할 수 있도록 ‘건강 쉼 벤치’도 시내 곳곳에 마련한다. 이를 통해 서울시민의 건강수명을 2030년까지 3세 가량, 운동 실천율을 3% 포인트 높인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10일 이 같은 내용의 건강도시 서울 종합계획 ‘더 건강한 9988’을 발표했다. ‘저속노화’ 개념을 대중화한 정희원 박사가 서울시 건강총괄관으로 합류해 내놓은 첫 번째 프로젝트로 서울시민의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간 차이를 좁히는 데 방점이 찍혔다.

현재 서울시민의 기대수명은 평균 83.2세(2022년 기준)로 70.8세인 건강수명과 12년 넘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건강수명은 2020년 72.27세 이후 계속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이에 서울시는 ‘365일 운동하는 도시’, ‘건강한 먹거리 도시’, ‘어르신 건강노화 도시’, ‘건강도시 디자인’ 등 4대 과제, 14개 핵심 사업을 바탕으로 건강수명을 74.0세로 3.2세 높인다는 계획이다. 운동 실천율 또한 26.8%에서 30.0%로 3.2% 포인트 올리는 게 목표다.

정 총괄관은 “시간이나 경제적 여건에 상관없이 시민 누구나 건강한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생활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책과 시스템의 역할”이라며 “저속노화를 위한 고속정책을 추진하는 도시를 목표로 시민들의 건강을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희원 건강총괄관(왼쪽)이 10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더 건강한 서울 9988’ 기자설명회에서 근력운동 시범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 제공

종합계획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체력인증센터다. 올해 하반기부터 자치구마다 1곳씩 운영하며, 2030년까지 100곳으로 늘릴 방침이다. 개인별 신체 상태, 운동역량 등을 파악한 후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맞춤 운동 플랜을 제공한다. 체력 등급 향상 시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시민 참여형 체육 축제도 늘린다. 올 가을 5000명이 참여하는 걷기 방식의 ‘느림보 마라톤 대회’를 신설하고, 내년부터는 이를 연 7회로 늘릴 계획이다. 또한 2030년까지 날씨 제약 없는 ‘가상현실 스포츠실’을 100곳으로 늘리고, 학교 체육시설 100곳을 시민들에게 개방한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희원 건강총괄관(왼쪽)이 10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더 건강한 서울 9988’ 기자설명회에서 건강노화 밥상 등을 살펴보고 있다. 서울시 제공

식습관 개선을 위한 환경 조성에도 나선다. 흰쌀밥 대신 통곡물·잡곡밥을 선택할 수 있는 식당을 올해 1000곳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1만5000곳으로 확대한다. 어린이 눈높이 진열대에 건강식품을 우선 배치하는 편의점·학교 매점도 늘린다. 음료, 라면, 과자 등에는 ‘가공식품 영양등급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초고령사회 진입에 맞춰 어르신들의 건강한 노화도 챙긴다. 서울의료원, 보라매병원, 서남병원, 동부병원 등 4개 시립병원에 ‘노인전문진료센터’를 신설한다. 내과·가정의학과·재활의학과 등 다분야 협진을 통해 환자 선별부터 치료, 퇴원 후 지역사회 연계까지 원스톱 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호스피스 병상도 현재 145병상(시립병원 5곳)에서 2027년 224병상으로 늘린다. 어르신들이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집 가까운 곳에서 체계적으로 건강을 관리해주는 ‘서울 건강장수센터’도 올해 5개 자치구 13곳에서 내년 전체 자치구 43곳, 2030년 100곳으로 확대한다.

이밖에도 서울시는 시민들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건강 습관을 실천하도록 도시 전반에 건강 요소를 반영할 계획이다. 시민 240만명이 이용 중인 건강관리 플랫폼 ‘손목닥터 9988’도 대폭 업그레이드된다. 걷기와 대사증후군 관리, 금연클리닉, 서울체력 9988, 건강장수센터, 브레인핏45, 복약관리 등 개인 건강을 한 곳에서 통합 관리해주는 종합 플랫폼으로 재탄생한다. 생명보험협회와 협의해 개인별 걷기 성과에 따라 최대 3~10% 보험료 할인제도도 도입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가 꿈꾸는 도시는 모든 시민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일상을 누리는 건강도시”라며 “시민 맞춤 정책과 사회시스템으로 시민 건강을 뒷받침하고 건강을 시정 중심 가치로 끌어올려 세계적인 ‘건강 도시’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