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극적인 사랑의 대명사다. 발레로는 1935년 구소련에서 프로코피예프의 동명 발레 음악이 나온 이후 여러 안무가가 작품을 내놓았다. 오는 26~2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올라가는 홍콩발레단의 ‘로미오+줄리엣’은 셉팀 웨버 예술감독이 1960년대 홍콩을 배경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1960년대 영국령이었던 당시 홍콩은 경제적 풍요를 누리면서도 식민 지배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던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특히 아시아에서 영화산업이 가장 발달하며 홍콩만의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하는 토대가 됐다. ‘로미오+줄리엣’에서 로미오는 홍콩 유력 가문 출신이고, 줄리엣은 상하이 출신 재벌로 삼합회와 관련이 있는 집안에 속해 있다.
‘로미오+줄리엣’은 첫사랑의 전율과 적대적인 두 가문의 비극을 감각적인 미장센과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풀어냈다. 특히 수많은 네온사인으로 빛나는 거리, 사람들이 모여있는 마작방, 화려한 치파오를 입은 여인들, 쿵푸를 연상시키는 거리의 격투, 분주한 영화촬영 현장 등 홍콩의 풍경이 관객을 몰입시킨다.
홍콩발레단의 ‘로미오+줄리엣’은 26일부터 10월 25일까지 열리는 ‘홍콩위크 2025@서울’의 개막작이다. 중국 홍콩특별행정구 정부 여가문화서비스부가 주최하는 ‘홍콩위크’는 홍콩의 다채로운 문화예술을 소개하는 행사다. 2019년 상하이를 시작으로 광저우, 우한 등 중국 본토와 태국 방콕에서 열렸다. 서울에서 열리는 ‘홍콩위크’는 한 달간 무용·음악·영화·중국 명화·애니메이션·패션 디자인 등 총 14개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공연 분야에서 홍콩 무용의 면면을 보여주는 무용 프로그램이 눈길을 끈다. ‘로미오+줄리엣’ 외에 홍콩공연예술대학교와 성균관대 무용과의 공동 창작 공연 ‘콜랩(Collab) 아시아 프로젝트’가 30일~10월 1일 성균관대 조병두 국제홀 무대에 오른다. 두 대학의 차세대 무용수들은 10월 3~4일 마로니에 공원에서 야외 공연도 진행한다. 또 홍콩 무용단체 라보라테리 아츠의 ‘파지옥-한국편’은 10월 17~19일 아르코예술극장, 홍콩무용단의 창작무용극 ‘24절기’는 10월 18~19일 국립국악원 예악당, 홍콩현대무용단의 ‘미스터 블랭크 2.0’는 10월 24~25일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에서 공연된다.
이어 음악 분야에서 홍콩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가 잇따라 서울을 찾는다. 전통 악기 중심인 홍콩 차이니즈 오케스트라는 10월 11일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지휘자 옌후이창이 이끄는 이번 공연에는 국립창극단의 소리꾼 김수인, 오르간 연주자 박준호, 생황 연주자 천이웨이, 어린이합창단 위자드콰이어도 참여한다. 이어 리오 쿠오크만이 지휘하는 홍콩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10월 1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한국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협연하고, 홍콩 출신으로 서울시향 부지휘자를 역임했던 윌슨 응이 창단한 아시안 현대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10월 23일 부천아트센터에서 홍콩 피아니스트 황자정과 협연한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