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폭우로 거리가 물바다가 되자 한 여성이 배수로에 쪼그려 앉아 쓰레기를 건져냅니다. 그것도 맨손으로. 뒤에는 이 장면을 감탄하며 지켜본 사람이 있었습니다.
“멋진 시민의식 존경스럽습니다”
지난 8월 13일 오전 11시30분쯤. 수도권 지하철 3호선 화정역 인근에서 두피관리 매장을 운영하는 남경란 원장님은 주차장이 침수됐다는 안내 방송을 듣고 하던 일을 멈추고 부랴부랴 달려나갔습니다. 나가보니, 거리는 이미 물바다가 돼 도로 위 차들은 옴짝달싹을 못했고, 배달 오토바이도 누군가 뒤에서 밀지 않으면 나가지를 않았습니다.
남경란 나비두피 화정역점 원장님
“영상에는 물이 조금 빠진 상태지만 사실 인도까지 막 물이 엄청 올라오고 찰랑찰랑했거든요”
“영상에는 물이 조금 빠진 상태지만 사실 인도까지 막 물이 엄청 올라오고 찰랑찰랑했거든요”
황급히 차를 빼서 지대가 높은 곳으로 옮겨두고 매장으로 향하던 남 원장님은 순간 멈칫했습니다. 인도에 쪼그리고 앉아 배수로를 막고 있는 나뭇잎을 맨손으로 꺼내고 있는 여성을 발견했거든요.
남경란 나비두피 화정역점 원장님
“로데오 거리 거기에서부터 하고 오시는 걸 봤어요. 물이 좀 덜 빠지는 것 같으니까 들고 있는 우산으로 하수구를 뚫어가지고 엄청 열정적으로 조용히 혼자서 하시더라고요”
“로데오 거리 거기에서부터 하고 오시는 걸 봤어요. 물이 좀 덜 빠지는 것 같으니까 들고 있는 우산으로 하수구를 뚫어가지고 엄청 열정적으로 조용히 혼자서 하시더라고요”
덕분에 인도까지 범람했던 빗물이 회오리치며 조금씩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넋을 잃고 보던 남 원장님은 휴대폰을 꺼냈습니다.
남경란 나비두피 화정역점 원장님
“사실 조금은 조심스러웠는데 제가 촬영한 영상에는 얼굴이 많이 담기지 않아서 뒷모습이라도 조금 기억하고 싶다라는 마음에... ”
“사실 조금은 조심스러웠는데 제가 촬영한 영상에는 얼굴이 많이 담기지 않아서 뒷모습이라도 조금 기억하고 싶다라는 마음에... ”
남 원장님은 촬영한 영상을 “멋진 시민의식 존경스럽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다음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유했습니다. 영상엔 순식간에 4만건의 ‘좋아요’와 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어요. 댓글엔 “너무 멋지다” “감동적이다”라는 찬사가 쏟아졌고, “덕분에 집에 갈 수 있었다”는 감사 인사도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관심이 쏟아졌는데도 아직까지 여성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남경란 나비두피 화정역점 원장님
“그분도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게 아니라 ‘나라도 해야겠다’라는 마음에 하신 것 같은데 ‘저예요’라고 하실까. 저는 안하 실 것 같아요. 그냥 조용히 묵묵히 계시지 않을까요?
“그분도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게 아니라 ‘나라도 해야겠다’라는 마음에 하신 것 같은데 ‘저예요’라고 하실까. 저는 안하 실 것 같아요. 그냥 조용히 묵묵히 계시지 않을까요?
혹시 영상 속 주인공이 이 영상을 보고 계신다면 많은 이들이 고마워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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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