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어디] 거대한 달 바위를 품은 ‘고슴도치 섬’

입력 2025-09-10 09:36

둥글게 휘말린 거대한 지층이 달을 닮았다. 전북 부안군 위도면 벌금리 대월(大月)습곡이다. 절반쯤 잘려나간 반달 모양이지만 규모가 커서 ‘큰 달’이란 명칭을 얻었다. 습곡은 지층이 수평으로 퇴적된 뒤 압력을 받아 휜 상태를 말한다. 변산반도의 채석강이나 적벽강에서도 만날 수 있다.

위도 해안을 따라 여행하면 거북바위, 물개바위, 용머리, 육식공룡 알 화석 등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를 만나는 매력과 신비의 섬이다. 2017년 부안의 적벽강 채석강 솔섬 모항 직소폭포와 함께 전북 서해안권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위도(蝟島)는 ‘고슴도치 섬’이다. 망월봉(望月峰)이 고슴도치 머리, 용머리는 앞발, 살막금은 꼬리, 깊은금은 자궁 자리이다. 중국 송나라 때 사신으로 고려를 다녀간 서긍(徐兢)은 ‘고려도경’에 위도에 들러 주민들로부터 식수를 공급받았다는 이야기와 함께 이곳에서 자생하는 소나무의 솔잎이 고슴도치를 닮았다고 적었다.

환상의 섬이기도 하다. 홍길동전의 ‘율도국’ 전설이 전해지는 섬으로 유명하다. 요즘 ‘위도상사화’가 손짓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생하는 흰 상사화가 붉은 상사화와는 또 다른 순백의 매력을 자랑한다.

글·사진=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