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국토부와 상무부 함께 비자 대응”…‘사람 말고 돈만’ 美 정책 달라지나

입력 2025-09-10 07:42 수정 2025-09-10 08:19
캐럴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이 조지아주 한국인 노동자 구금 사태와 관련한 미국 비자 문제 개선을 위해 국토안보부와 상무부가 함께 대응하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강경 일변도의 이민 단속을 추진해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기업 지원을 담당하는 상무부를 언급하며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인 구금 사태의 원인이 된 경직된 비자 제도가 개선될지 주목된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지아주 현대차 공장 급습 이후 비자 문제 개선에 대한 질문을 받자 “미국인들에게는 일자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통령은 또한 (외국) 기업들이 이미 기술을 보유한 인력을 데려올 필요성도 이해하고 있다”며 “그래서 대통령의 입장은 매우 미묘하지만 동시에 책임 있고 합리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토안보부와 상무부가 이 문제에 함께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레빗 대변인은 “대통령은 기업들, 특히 반도체 같은 매우 특수한 제품이나 이번 조지아 사례처럼 배터리와 같은 제품을 만들 때 자신들의 고도로 숙련된 인력을 데려오고 싶어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며 “그러나 대통령은 동시에 이런 외국 기업들이 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외국인 근로자와 미국인 근로자가 함께 협력하며 서로 가르치고 배우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과격한 이민 단속을 추구해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상무부와 함께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는 것은 비자 정책에서 일정한 전환을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성경박물관에서 열린 종교자유 관련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HL-GA) 배터리 공장 단속 이후 비자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우리는 당신들이 훌륭한 기술적 재능을 지닌 매우 똑똑한 인재를 합법적으로 데려와 세계적 수준의 제품을 생산하길 권장한다. 그리고 우리는 당신이 그렇게 하도록 그것을 신속하고, 합법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금 사태 직후 이민세관단속국(ICE)이 할 일을 했다고 말한 것과는 입장 차이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관세 등을 지렛대로 해외 기업에 미국 투자를 압박하면서도 투자에 필요한 기술 인력에 대한 비자 발급에는 까다롭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태미 오버비 올브라이트스톤브리지 선임고문은 한국민 구금 사태 이후 뉴욕타임스에 “ “이번 사건이 아시아 기업들의 (미국 투자 및 사업 의지를) 차갑게 식게 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상무부는 향후 협의 과정에서 특정 분야의 전문 기술 인력에 대해 국가별 쿼터 등을 늘려야 한다는 각국의 목소리를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기업들도 전문직(H-1B) 비자 확대와 단기 상용(B-1) 비자 활동 범위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워싱턴에서 현지시간 10일 오전에 만나 회담할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 비자 확대와 구금된 한국인 불이익 해소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는 여전히 강경한 이민 단속을 원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자 문제가 쉽게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마가 진영의 지지를 받는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 톰 호먼 백악관 국경안보 총책임자(차르), 스티브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등은 강경한 불법 체류 단속파다. 놈 장관은 한국민 구금과 관련해서도 “추방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백악관도 불법체류자 단속 결과를 연일 홍보하고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