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정부의 SNS 차단 조치에 반발해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유혈 사태로 번지자 결국 샤르마 올리 총리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올리 총리는 9일(현지시간) 람 찬드라 포우델 대통령에게 “만연한 비정상적 상황을 고려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헌법에 따라 총리직에서 사임한다”는 서한을 제출했다. 포우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사임서를 수리하고 새 총리 선출 절차에 착수했다. 이로써 지난해 7월 임기를 시작한 올리 총리는 1년 2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번 사태는 네팔 정부가 지난 5일부터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엑스(X·옛 트위터) 등 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26개 SNS의 접속을 차단한 데 반발한 ‘Z 세대’(1997년~2006년생)가 주축이 돼 벌어졌다. 특히 차단 대상에서 제외된 틱톡에서는 정치인 자녀들의 호화로운 생활이 공유돼 대중의 분노를 키웠다. 수만명의 시위대는 전날 카트만두 거리에서 “소셜미디어가 아닌 부패를 척결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시위는 수도 카트만두를 넘어 네팔 남동부 비라트나가르와 네팔 서부 포카라 등지로 확산됐다. 경찰은 최루탄, 물대포, 고무탄 등을 이용해 강경 진압에 나섰다. 이에 최소 19명이 숨지고 500명 이상이 다쳤다. 격분한 시위대는 대통령과 총리 자택, 장관의 사택 등에 불을 지르고 국회의사당에 난입하는 등 폭력적인 양상을 보였다. 카트만두 국제공항도 시위 사태로 폐쇄됐다.
네팔 정부는 사태가 격화해 유혈 사태로 이어지자 문제가 된 SNS 차단 조치를 철회했다. 올리 총리 사임 발표 전날 심야 성명에서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이어 “정부는 SNS 사용을 중단하길 원하지 않으며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할 것”이라며 “(이번 시위와 관련한) 원인을 규명하고 향후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보름 안에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