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보호해줄 ‘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은 정작 감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장치 강화 없는 민간임대주택 공급이 청년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한 ‘서울시 청년안심주택’ 사태 재현으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국민일보가 9일 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의 임대보증금반환보증 가입 건수는 5만1631건으로 2023년 12월의 6만8727건보다 1만7096건, 약 25% 감소했다.
보증금 반환보증은 민간임대주택법 제49조에 따라 민간임대사업자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그러나 보증금이 3000만원을 넘어가는 경우 반환보증 미가입시 과태료가 최대 3000만원에 불과해 실제 규제 효과는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2022~2024년 3년간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반환보증 미가입에 따른 과태료 부과는 441건에 그쳤고, 부과금액도 약 92억원에 불과했다. 안 의원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의 임대보증금 반환보증 의무 가입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국토부가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7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의 부동산 공급대책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2.1만호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되 그 중 절반인 1만호를 향후 2년간 집중 공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은 전세사기 사각지대에 처해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서울시 곳곳에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대규모 보증금 미반환 피해가 발생한 ‘서울시 청년안심주택’ 사태가 대표적 예다.
올해 2월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청년안심주택 임대사업자는 재정악화로 강제경매를 신청했다. 이로 인해 해당 주택 134가구의 전세보증금 약 240억원이 날아갈 위험에 처했다. 게다가 해당 단지가 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기 더 요원해졌다.
민간임대주택 보증반환에 대한 강화 없이는 제2의 청년안심주택 사태가 벌어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청년 세입자 당사자 연대인 민달팽이유니온의 서동규 위원장은 9일 더불어민주당 전세사기특별위원회 등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이직을 준비중이었으나 포기했다는 세입자, 임신 시도를 중단한 세입자 등 청년안심주택에서 당한 피해로 인해 많은 청년들이 인생 계획에 큰 차질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임대주택 확대에는 반드시 임대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와 주거정책 및 도시계획정책으로서 공공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권지웅 전 국정기획위원회 자문위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보증보험 가입의무를 철저히 관리 감독하고,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사업자의 재무구조를 검증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당도 민간임대주택에 대한 제도 보완에 나선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은 국민일보에 “민간임대주택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세사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보증금 반환보증 미가입시 부과되는 과태료를 상한하는 등의 제도 보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