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평형’ 자리 내줘야할 판…84㎡ 청약 경쟁률 4년째 누른 59㎡

입력 2025-09-10 05:01
지난달 10일 남산에서 본 서울의 풍경. 연합뉴스

민간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전용 면적 59㎡의 청약 경쟁률이 ‘국민평형’ 84㎡를 훌쩍 넘어섰다. 1, 2인 가구로의 분화, 분양가 상승 등이 겹치며 소형평형 인기가 높아진 것이다. 부동산 업계는 6·27 대출 규제까지 겹쳐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가 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8월 25일 모집공고 기준) 전국 민간 아파트 분양에서 전용 59㎡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은 19.2대 1이었다. 84㎡의 경쟁률(5.5대 1)을 3배 웃도는 수치다. 같은 기간 수도권에서는 59㎡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이 84㎡보다 6배가량 높았다.

이런 현상은 2022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해 59㎡(9.0대 1)의 전국 1순위 평균 경쟁률이 84㎡(5.9대 1)를 처음 앞지른 후 해마다 격차가 커졌다. 지난해까지 3배를 넘지 않았던 면적별 경쟁률 격차는 올해 전국과 수도권 기준 각각 3.5배, 5.9배까지 벌어졌다.


최근 몇 년 사이 59㎡의 청약 인기가 높아진 데는 여러 이유가 작용했다. 59㎡의 공급 감소, 1, 2인 가구로의 분화, 분양가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 증가, 상품성을 높인 특화 공간 적용 등이다.

분양시장에서 소형평형의 인기를 촉발한 건 1, 2인 가구의 증가다. 일례로 서울시 인구는 2015년 1002만명에서 지난달 기준 932만2000여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서울시 거주 가구는 최근 매년 5만여명씩 늘었다. 1, 2인 등 소인원으로 구성된 가구가 늘어서다.

이에 따라 소형평형의 인기는 높아지지만 59㎡의 공급은 줄었다. 수도권의 59㎡ 공급량은 2020년 7월까지 8934가구였지만, 올해 7월에는 3319가구로 약 40%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84㎡는 1만5930가구에서 1만2628가구로 감소 폭(20.7%)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오지 못하면서 경쟁률이 더욱 높아진 셈이다.

지난해부터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한 분양가는 59㎡ 선호 현상에 기름을 부었다. 리얼하우스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당 분양가는 2007만원으로, 처음 2000만원을 넘었다. 이를 각각 84㎡와 59㎡로 환산하면 16억9934만원과 12억4674만원이다. ‘국민평형’의 분양가가 17억원에 육박하면서 쉽사리 청약에 엄두를 내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여기에 6·27 대출 규제도 겹쳤다.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되고, 갭투자도 불가능해지면서 59㎡로 시선이 쏠렸다. 건설사들이 59㎡에도 드레스룸과 팬트리 등 특화 공간을 적용하며 상품성을 높인 것도 소형평형을 선택하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가구 분화와 분양가 상승으로 점차 ‘소소익선’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며 “6·27 대책으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막힌 게 결정타라고 본다. 점점 큰 평수를 부담스럽게 느끼면서 이런 흐름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