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고령화와 디지털 전환 시대 속 고령 세대(시니어)와 장애인을 위해 한국교회가 현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야 효과적인 목회·선교 사역을 펼쳐나갈 수 있을지 모색해보는 콘퍼런스가 열렸다.
인간기술공생네트워크(HTSN·이사장 손신철 목사) 주최로 9일 서울 중구 영락교회50주년기념관에서 ‘제2회 디지털 목회와 선교컨퍼런스’가 열렸다.
콘퍼런스에서는 시니어와 장애인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소외되지 않고, 돌봄과 상생의 가치 안에서 존엄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현 기술을 선용할 방법과 방향성이 제시됐다.
윤영훈 성결대 교수는 주제강연에서 시니어 목회를 교회의 중요 성장동력으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 교수는 “시니어 목회는 단지 건강이나 경제적 차원만이 아니라 정신적 영역이 더 중요하다”며 “교회가 시니어 성도의 다양한 필요에 맞춘 온·오프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들을 위한 친교공동체 등을 마련해 소외되는 노인이 없도록 육체, 경제, 정서적 돌봄 복지를 더욱더 체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우 강남대 교수는 이어진 강연에서 ‘베리어프리 교회(무장애 교회)’로의 전환이 AI 시대 장애인 목회의 핵심이라고 봤다. 그는 “교회가 장애인 성도를 위해 첨단기술을 응용한 교재를 만드는 등 장애인들이 동년배 비장애인과 더불어 예배하고 신앙교육을 받으며 교제할 수 있도록 영성 체험의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장애인을 부족과 결핍의 존재로 보지 않는 인식을 바탕으로 장애인 성도가 교회복지선교의 입안에서부터 시행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 직접 참여, 선택, 결정할 수 있도록 장애인 당사자 중심의 복지선교가 실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술 발전에 관한 올바른 신학적 관점도 제시됐다. HTSN 상임대표인 김은혜 장신대 교수는 “기술을 단순히 도구가 아닌 하나님 나라를 이뤄가는 적극적인 협력 동반자이자 매개체로 보도록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며 “기술이 발전할수록 기술을 신격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 한 쪽에 마련된 부스에서는 현 기술을 활용해 교회의 시니어, 장애인 사역을 돕는 업체들의 사역도 볼 수 있었다. 주식회사 공생은 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3D 프린팅 의수를 제작·지원하며 누구나 쉽게 재활 보조기기를 설계·제작할 수 있도록 돕고 있고, 주식회사 캐어유는 고령화한 성도들의 디지털 소외 문제 해결을 위해 디지털 문해교육과 치매 예방 교육 등을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서비스를 통해 제공 중이다.
이외에 시니어도 쉽게 휴대전화로 성경공부, 제자훈련, 소그룹 모임 등 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제공하거나 기부받은 물품을 장애 직원이 직접 판매하고 이를 통한 수익금으로 급여를 지급해 장애인의 자립을 돕는 사례 등도 소개됐다.
HTSN 이사인 김영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장은 “하루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 문명을 성경적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교단 차원에서도 끊임없이 고민하며 길을 찾으려 노력해왔다”며 “시니어 및 장애인 목회에 기술 문명을 어떻게하면 더 선하게 성경·신학적으로 활용할지 고민하는 오늘 자리가 큰 도전의 시간이 되고, 한국교회에는 길을 찾아가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글·사진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