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경기 중 쓰러진 중학생… “구급차 내부 영상 왜 볼 수 없나” 부모 분통

입력 2025-09-09 16:19 수정 2025-09-09 17:27
지난 3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열리는 제55회 대통령배 전국시도 복싱대회 유튜브 중계 영상 캡쳐.

제주에서 열리고 있는 전국 복싱대회에서 중학생 선수가 경기 도중 뇌출혈로 쓰러져 일주일째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선수 가족은 병원 이송이 늦어졌다며 사설 구급차 내부 영상을 요구했으나 업체 측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노한 선수의 아버지가 링 위에서 자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9일 제주도와 대한복싱협회, 제주도복싱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서귀포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제55회 대통령배 전국시도 복싱대회에서 중등부 경기에 출전한 A군(15)이 경기 도중 쓰러졌다.

A군은 1라운드 마무리를 10초가량 남겨두고 쓰러졌고 다시 일어나 2라운드에 돌입했지만, 2라운드 초반 상대 선수에게 큰 펀치를 여러 번 맞고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A군의 상태를 확인한 응급구조사가 즉시 병원 이송을 요청함에 따라 A군은 현장에 대기 중이던 사설 구급차에 실려 서귀포지역 병원으로 옮겨졌다.

A군은 병원에서 뇌출혈을 진단받고, 긴급 수술에 들어갔지만 일주일이 다 되어가는 현재까지 의식이 없는 상태다.

A군 가족은 대회 운영 부실이 A군의 상태를 악화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고 당시 119구급대가 아닌 사설 구급차로 이송해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것이다.

A군의 가족은 경기가 열린 서귀포다목적체육관에서 서귀포의료원까지 이동에 30분이나 소요된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두 지점 간 거리는 9.3㎞내외다.

A군의 가족은 이유를 알기 위해 사설 구급차 운영 업체에 당일 실내 블랙박스 영상을 요청했지만 주지 않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A군의 아버지는 대회 주최 측에 영상 확보에 도움을 줄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8일 오전 11시쯤 경기 중인 링 위에 올라가 자해했다. 다행히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돼 생명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회 주최 측인 대한복싱협회는 A군의 치료비와 가족 체류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사설 구급차 운영 업체로부터 내부 영상을 받는 문제와 관련해 협회 측이 업체를 상대로 직접 법적 대응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한복싱협회 관계자는 9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세부적인 경기 진행 관련 업무는 개최 시도협회에서 맡는다”며 “본부 차원에서 직접 법적 개입을 하기는 곤란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복싱협회 관계자는 9일 통화에서 “사설 업체와 계약을 체결할 때 영상을 제출해야 한다는 규정을 계약서에 담지 않았다”며 “앞으로 이런 부분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번 대회는 지난 3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열흘간 이어진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