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가뭄 강릉, 농작물 이어 공장도 비상

입력 2025-09-09 14:35
9일 강원도 강릉시 주 상수원인 오봉저수지가 바짝 말라붙어 바닥을 드러냈다. 저수율은 이날 12.2%에 불과하다. 연합뉴스

강원도 강릉의 극심한 가뭄이 길어지면서 농작물에 이어 공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강릉지역 농민들이 가뭄으로 농업용수 공급 중단이 장기화하면서 더 큰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의 특별재난지역 선포, 피해보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과 강릉시농민회준비위원회는 9일 강릉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농민들은 피땀으로 일군 농작물이 타들어 가고 있는데도 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어서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며 “농업은 재난사태 선포에도 불구하고 식수난에 밀려 여전히 외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강원도와 강릉시는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해 농업과 관련한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며 “정부는 농업 피해에 대한 실질적 대책 마련을 위해 강릉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과 강릉시농민회준비위원회가 9일 강릉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함께 농민 보상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오용석 전농 강원도연맹의장은 “재난사태는 특별재난지역 지정 전 단계일 뿐 농업에 대한 실질 조치는 막혀있다”며 “강릉시와 강원도, 정부가 농업을 살릴 대책을 조속히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강릉에 재난사태를 선포했다. 강릉시와 한국농어촌공사는 이날부터 강릉 주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농업용수 공급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공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시간제·격일제 등 제한급수가 초읽기에 들어가서다. 시는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10% 아래로 낮아지면 이 같은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저수율은 이날 현재 12.2%에 불과하다.

강원도가 전수 조사를 한 결과 단수 조치로 공장이 멈춘 뒤 재가동이 힘든 기업체가 바이오산업, 세라믹 신소재 생산기업, 식품제조업 등 77곳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하루 30t 이상의 물이 필요한 업체가 9곳이다.
9일 강원도 강릉시 오봉저수지에서 육·해·공군, 소방, 전국 지자체 등이 지원한 살수차들이 수위를 높이고자 물을 쏟아붓고 있다. 연합뉴스

도는 강릉 기업체들이 공장 가동을 멈추는 일이 없도록 기업에 직접 급수차를 보내는 등 비상대책을 마련해 시행키로 했다.

김광래 도 경제부지사는 “물 사용이 필수인 기업에 물 공급과 가동이 중단될 경우 재가동이 불가능한 심각한 문제가 올 수 있다”면서 “가뭄이 지속하더라도 공장이 멈추지 않도록 대책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긴급 자금 지원도 이뤄진다. 강릉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재해재난기업지원자금과 긴급경영예비자금을 활용해 100억원을 신속히 지원할 방침이다. 지원 대상은 시로부터 피해 사실을 확인받은 중소기업으로 기업당 최대 8억원까지 지원한다. 융자 조건은 고정금리 1.5%다.

강릉=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