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야 K주사 맞자”… 셀트리온, ‘기회의 땅’ 호주서 성과 확대

입력 2025-09-09 11:19
인천 송도 셀트리온 1공장 전경. 셀트리온 제공

셀트리온이 ‘기회의 땅’으로 불리는 호주 시장에서 사업 확장을 꾀한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테키마’, 알레르기 질환 치료제 ‘옴리클로’를 출시하면서 영업력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을 필두로 한 아세안(ASEAN) 지역에 이어 오세아니아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글로벌 의료 선진 시장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파머징 시장’(Pharmerging Market)에서도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다.

호주, 시장성·성장성 모두 갖춘 ‘기회의 땅’

9일 셀트리온에 따르면 최근 출시된 스테키마와 옴리클로는 셀트리온 호주 법인과 현지 유통 파트너사인 아로텍스(Arrotex Pharmaceuticals)에서 각각 판매를 담당해 영업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호주는 세계 15위, 약 146억 달러(20조4000억원) 규모의 제약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연평균 성장률은 6%로 2030년에는 220억 달러(30조8000억원)까지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의료기기나 화장품 등 바이오헬스 제조산업 분야 전체가 아닌 순수 제약 시장만을 산정한 수치로, 호주 시장이 시장성과 성장성을 모두 갖췄다는 지표다.

셀트리온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테키마’. 셀트리온 제공

호주에서 처방 의약품은 통상 PBS(약제급여제도·Pharmaceutical Benefits Scheme) 리스트에 등재돼 정부 보조금이 지급되며 이를 통해 환자는 낮은 가격으로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다. 정부 지원으로 운영되는 타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호주에서도 재정 부담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이를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수반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허가 승인 기간을 단축하는 등 일련의 지원책이 여기에 해당한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대비 약가가 낮으면서 이와 비슷한 치료 효능과 안정성을 갖추고 있어 환자에게 수준 높은 치료 환경을 제공하고 정부의 재정 부담은 완화할 방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플렉트라 30%, 램시마SC 27%, 허쥬마 56%

셀트리온은 호주 제약 시장 특성을 활용해 제품 처방 확대를 이끌고 있다. 정부 기관, 주정부, 의료 기관 등 호주 의약품 공급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시장 안착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우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병원, 의료진과도 소통을 지속하면서 셀트리온 제품에 대한 처방 선호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맞춤형 판매 전략은 실질적인 제품 처방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인플렉트라’(램시마 호주 제품명)는 호주에서 30%의 점유율로 경쟁 제품들을 제치고 처방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항암제의 성장세가 뚜렷한데, 2019년 4분기 호주에 출시된 유방암·위암 치료제 ‘허쥬마’는 올 1분기 기준 56%의 점유율을 기록해 2023년 트라스투주맙 처방 1위 자리에 오른 이후 2년 연속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호주에서 판매 중인 트라스투주맙 5개 제품의 합산 점유율을 뛰어넘는 성과로 셀트리온 호주 법인의 직판 역량을 가늠할 수 있다.

셀트리온 제공

호주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피하주사(SC) 제형 선호도가 다른 국가 대비 높은 경향을 나타낸다. 넓은 국토 면적과 낮은 인구 밀집도가 특징인 호주에서 환자들은 먼 거리의 병원을 방문해 질병을 치료하는 방식보다 집에서 편리하게 관리 가능한 SC제형 의약품을 더 선호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여기에 병원 내 투약 시설·병상·의료 인력이 부족한 점,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주거 공간 중심으로 생활 선호도가 높아진 점 등이 더해져 SC제형 치료제가 성과를 높일 수 있는 제약 시장으로 분류된다.

이는 실제 처방 데이터를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램시마SC’(램시마 피하주사제형)의 경우 올 1분기 기준 호주에서 27%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인플렉트라를 제외한 단일 품목만으로 이미 오리지널(레미케이드) 제품 점유율을 넘어섰다.

포트폴리오 강화… “후발주자 위한 첨병될 것”

호주 시장에서 셀트리온의 제품 출시는 이어진다. 골질환 치료제 ‘스토보클로’-‘오센벨트’(프롤리아-엑스지바 바이오시밀러)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앱토즈마’(악템라 바이오시밀러)가 내년 상반기 호주에 출시될 예정이다. 이들 의약품의 경우 기존 제품들과 일부 적응증이 겹치는 만큼 기존 의료진 네트워크를 활용해 신규 제품의 빠른 시장 안착을 이끈다는 전략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시장성이나 제도 환경 측면에서 호주는 국내 바이오·제약 기업들이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으로 볼 수 있다”며 “호주 제약 시장 진출을 꿈꾸는 국내 후발주자들을 위해 K바이오의 경쟁력을 높이는 리딩 기업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