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제타’ 5개월째 성과 주춤…1조원 ‘오카도’의 미래는?

입력 2025-09-09 10:08 수정 2025-09-09 14:51
롯데쇼핑이 부산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에 설립 중인 오카도 고객풀필먼트센터(CFC) 조감도. 롯데쇼핑 제공

롯데쇼핑이 장보기 애플리케이션 ‘제타’로 오카도 프로젝트의 첫발을 뗐지만 앱 이용자 수는 나날이 줄고 있다. 롯데는 부진한 온라인 식품 사업의 활로를 찾기 위해 1조원을 들여 영국 온라인 유통기업 오카도의 자동화 물류 시스템 도입을 추진 중인데, 시장 1위 쿠팡의 ‘로켓배송’을 앞지를 만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상황에서 섣불리 무리한 투자를 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9일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롯데마트 제타’ 애플리케이션의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60만476명으로, 앱을 출시한 지난 4월 83만2706명에서 27.8% 줄었다. 지난 5월 출시 한 달 만에 66만3843명으로 꺾인 뒤 감소세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앱 출시 기념 할인 행사 등으로 ‘반짝’ 관심을 끌었으나 이용에 불편을 느낀 고객들이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제타는 롯데가 기존의 ‘롯데마트몰’ 어플을 버리고 오카도와 함께 야심차게 내놓은 앱이다. 2022년 11월 롯데는 2030년까지 9500억원을 투자해 전국 6개 지역에 오카도 기술을 도입한 자동화물류센터(CFC)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롯데의 신선식품 경쟁력과 오카도의 물류 자동화 시스템을 접목해 온라인 신선식품 사업의 반전을 꾀한다는 구상이었다. 내년 상반기 서비스를 목표로 부산 강서구에 1호 CFC(연면적 4만2000㎡)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협업의 첫 결과물인 제타엔 출시 초기부터 혹평이 잇따르고 있다. 결제 단계까지 가서야 품절 여부를 알 수 있거나 ‘1+1’ ‘2+1’ 행사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이어졌고, 이후 일부 문제점은 개선됐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불편을 토로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낯선 수준을 넘어,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스크롤을 지나치게 많이 내려야 하는 등 불편한 점이 셀 수 없이 많다”며 “제타는 일반적인 커머스 앱과 차이가 커 고객이 적응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타가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면서 오카도 프로젝트를 향한 회의적인 시각은 커지고 있다. 고객 편의 향상보다 물류 자동화에 방점이 찍혀있는 오카도 프로젝트의 맹점을 제타가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평가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물류 자동화는 처리해야 할 물량이 많을 때 의미가 생긴다”며 “일단 고객을 끌어오는 것이 우선 과제인데,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타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감안하더라도 현재로선 쿠팡 이상의 배송 서비스를 상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비슷한 전략을 택했던 신세계그룹의 SSG닷컴은 벌써 실패를 겪고 사업 축소 수순에 접어든 상황이다. SSG닷컴은 한때 최첨단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세분화된 배송 시간과 신선식품 상품력 등을 내세웠지만 쿠팡에 밀려 이용층을 확대하지 못했다. 적자가 계속되자 끝내 물류센터를 매각하고 물류 서비스의 상당 부분을 외부 업체에 위탁했다. SSG닷컴의 물류센터는 쿠팡보다 높은 자동화 수준을 자랑했지만 힘을 쓰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오카도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이미 적자인 롯데의 온라인 식품 사업 실적만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분기에만 롯데마트의 온라인 식품 사업은 10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온라인 식품 사업은 이전까지 이커머스 부문인 롯데온에 속해있었으나, 적자가 해소되지 않자 롯데온의 외관상 실적 개선을 위해 지난해 10월 롯데마트로 이관된 상태다.

유통업계는 롯데가 오카도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2030년엔 쿠팡의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져 지금보다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한다. 영국 현지에서의 오카도 실적마저 코로나19 때 정점을 찍고 시시각각 악화 중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현재 설립 중인 부산 자동화 물류센터엔 인공지능(AI) 기반 재고 관리, 로봇 포장, 국내 최고 수준의 콜드 체인 시스템을 적용할 것”이라며 “상품 구색을 2배로 늘리고 매일 최대 33번으로 배차를 확대하는 등 부산·영남권 고객들의 온라인 장보기 불만 요소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