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극한 정체’를 유발한 서부간선도로 평면화 사업을 일단 백지화하기로 했다. 지하차도를 폐쇄하고 신호교차로를 설치하는 공사에 착수한 뒤 차량 정체가 극심해지자, 사업을 잠정 철회한 것이다. 정밀하지 못한 사업 설계로 애꿎은 시민들만 불편을 겪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부간선도로는 영등포구 성산대교 남단과 금천구 금천IC를 잇는 10.6㎞ 길이 간선도로다. 왕복 4차로로, 1988년 개통됐다. 양천구 목동 등 인구 밀집 지역과 기업이 몰려 있는 가산디지털단지 등을 지나간다. 하루 평균 10만8000대가 이 도로를 오가 평소에도 ‘상습 정체 구역’으로 불렸다. 광명~서울 고속도로 개통일도 지난해 5월에서 2028년 1월로 연기돼 차량 분산 효과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6월 서부간선도로 오목교·오금교·고척교·광명교 4곳의 지하차도를 평면화하는 공사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2013년 기획된 사업 계획에 따라 1257억원을 투입해 지하차도를 폐쇄하고, 지상에 신호등과 횡단보도를 설치해 일반도로로 전환하려고 했다. 공원도 함께 조성해 단절된 서울 서남부 생활권을 도보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오목교 구간은 지난 6월 착공됐고, 오금교·광명교 구간은 지난달 착공될 예정이었다.
문제는 오목교 지하차도(성산대교→일직 방향) 차량 통행을 중단시킨 뒤 불거졌다. 오목교 부근에서 시속 17.7㎞였던 주행 속도가 착공 후 7.9㎞까지 떨어졌다. 이는 성인 남성이 달릴 때와 비슷한 속도다. 극한 정체로 접수된 공식 민원만 현재까지 355건에 달한다. 유선 전화로 들어온 항의성 민원은 제외된 수치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서부간선도로에서 살해하겠다’는 글이 온라인에 게시되기도 했다.
서울시는 이에 서부간선도로 평면화 사업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공사 중이던 오목교 지하차도를 추석 연휴 전까지 원상 복구한다. 중앙분리대를 철거해 가변차로도 만든다. 기존 4차로에서 5차로로 확대해 차량 흐름을 원활히 하겠다는 것이다. 단절된 생활권은 보행육교와 덮개공원을 조성해 연결한다. 서부간선도로를 평면화해 일반도로로 전환할지는 광명~서울 고속도로 개통 이후 검토한다. 분산될 교통량을 분석해 결정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서울시가 ‘오락가락’ 정책으로 시민들의 불편을 유발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8일 “처음 사업을 기획했을 때는 보행자와 자전거에 친화적인 공간을 만들자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교통 불편이 발생한 만큼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서울시 내부에서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가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김용헌 기자 y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