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 장내 미생물로 방사선치료 부작용 완화 가능성 확인

입력 2025-09-08 16:49
전립선 암 환자 방사선 치료 도식도. /백병원 제공

방사선치료는 암 환자의 절반 이상이 받는 표준 치료지만, 설사와 점막 손상 같은 부작용이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인제대학교 해운대백병원은 국내 연구팀이 특정 장내 미생물이 이런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해운대백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전재완·조선미·박금주 교수와 부산대학교 생명과학과 양진영 교수 공동 연구팀은 전립선암 환자의 임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장내 미생물 알리스타입스 온더돈키(Alistipes onderdonkii)가 방사선으로 인한 장 손상을 줄이는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해운대백병원에 내원한 전립선암 환자 10명의 분변과 혈액을 방사선치료 전·중·후로 나눠 분석했다. 그 결과 방사선치료 이후 장내 미생물 9종과 대사체 129종이 뚜렷하게 변했으며, 특히 A-온더돈키가 설사 등 부작용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진행된 동물실험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가 확인됐다. 방사선을 조사한 마우스에 A-온더돈키를 경구 투여하자 생존율이 40%까지 증가하고, 소장 융모 회복과 장 손상 완화 효과가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 미생물이 산화 스트레스를 억제하고 장 점막을 보호하는 기전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디스커버 온콜로지 최신호에 ‘전립선암 환자에서 다중오믹스 분석으로 확인된 A-온더돈키의 방사선 보호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장내 미생물이 방사선치료의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음을 입증한 중요한 성과”라며 “향후 환자 맞춤형 미생물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소규모 전임상·임상 연구에서 출발했지만, 효과가 확인된 만큼 추가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검증하겠다”고 덧붙였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