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는 인공지능(AI)으로 설교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교회 행사는 또 어떻게 기획해야 할까.
AI 시대의 설교·행사 준비는 단순히 자료를 찾는 차원을 넘어선다. 목회자는 본문 주석을 AI에게 맡겨 신속하게 개요를 얻을 수 있고, 핵심 단어와 주제를 뽑아 구조도를 그릴 수도 있다. 수많은 주석서와 신학 자료를 검색해 설교자가 미처 접하지 못한 관점을 제시해 주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AI 결과물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은 위험하다. 전문가들은 “설교는 목회자의 기도와 묵상, 성도에 대한 이해 속에서 빚어지는 영적 산물”이라며 “AI는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일 뿐, 결과를 자기 언어로 소화하는 과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진민 미래목회비전연구소 부소장은 8일 서울 강북구 한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열린 제4회 목회자 콘퍼런스에서 “AI는 사회적 관점 반영, 역사비평과 맥락적 성경해석, 내러티브 설교와 예언자적 메시지를 준비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며 “시대적 설교의 특성을 살리면서 각 단계에서 AI를 실용적으로 접목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AI는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이며, 설교의 영적 통찰과 목회적 적실성은 기도하는 설교자 자신에게서 나와야 함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부터 이틀간 ‘AI를 활용한 목회 디자인하기’를 주제로 진행되는 자리에는 목회자 100여명이 참석했다. 목회 현장에서 AI를 어떻게 적용할지 구체적인 조언이 공유됐다.
교회 행사 기획에서도 AI의 역할은 커지고 있다. 행사의 성격에 맞는 주제를 제안받고 포스터 문구와 홍보 글을 자동으로 작성할 수 있다. 연령대별 맞춤 초청장을 만들거나 일정표를 최적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반복적이고 사무적인 업무가 줄어드는 만큼, 목회자는 행사 본래의 목적과 의미에 집중할 수 있다.
예컨대 영유아부를 대상으로 행사를 기획한다면 프롬프트를 “‘하나님의 창조’를 주제로 0~4세 영아들이 오감(시각, 청각, 촉각)을 활용해 참여할 수 있는 45분 길이의 예배 프로그램 아이디어 5가지를 제안해줘. 각 아이디어에는 필요한 준비물 목록을 포함해줘”라고 작성해 실제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 프로그램안을 받아볼 수 있다. 이어 프로그램 개발, 콘텐츠 제작, 홍보, 운영, 자원봉사 등 분야별 프롬프트를 이어간다면 보다 자세한 행사를 기획할 수 있다.
곽한영 분당비전교회 목사는 ‘AI를 활용한 교회 행사 기획하기’를 주제로 한 강의에서 “교회 행사 기획은 결국 결정을 내리는 일”이라며 “행사의 육하원칙을 분명히 하고 이를 데이터와 시뮬레이션으로 검증하는 데 AI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목회자는 청년 1인 가구 비율 등과 같은 데이터를 참고해 사역 방향을 세워야 한다”며 “AI는 이런 자료를 쉽게 시각화하고 기획안으로 정리해 보여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콘퍼런스에서는 우동진 한국기독교AI작가협회 이사와 최종학 디딤교회 목사가 각각 ‘AI를 활용한 신년목회계획 세우기’와 ‘AI를 활용한 교회 교육하기’를 강의했다.
글·사진=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