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중국 내 생산 시설에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를 반출하는 것을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마다 필요한 장비와 부품, 소재의 정확한 수량을 적어 미국의 개별 승인을 받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을 가동할 수는 있지만, 행정적인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 지난주 미국 상무부가 중국 내 한국 반도체 공장에 대해 매년 장비 수출 물량을 승인하는 방식으로 반출을 허용할 수 있다고 한국 정부에 제안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간 중국 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은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의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명단에 포함돼 미국산 장비를 반입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미 상무부는 조 바이든 행정부 때인 2022년 10월 중국에 대한 미국 기업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하고 현지 공장을 운영하는 다국적 기업은 건별로 허가를 받게 했다.
이후 2023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동맹국 기업들은 VEU로 지정, 별도 허가 절차나 기간 제한 없이 미국산 장비를 공급받을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은 지난달 29일 VEU 명단에서 중국 법인인 삼성반도체 유한회사와 SK하이닉스반도체 유한회사, SK가 인수한 인텔반도체 유한회사 등 3곳을 2일부터 제외한다고 밝혔다.
2026년 1월부터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를 들여오려면 미국 정부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게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새 제도가 도입될 경우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중국 내 공장 운영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매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행정적인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 입장에선 향후 12개월간 고장이 발생할 수 있는 생산 장비 수리에 필요한 부품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미국은 매년 장비 수출을 허용하더라도, 중국 내 공장 확장이나 업그레이드에 사용할 수 있는 장비 수출은 금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블룸버그통신 논평 요청을 거절했다. SK하이닉스는 즉각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