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 “서로를 죽이는 정치가 아니라 상생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며 “대통령은 특정 정당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대통령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는 지금, 불확실성과 불안이 커진 시기”라며 “대통령이 정치를 복원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해준다면 야당도 적극 협조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여야 대표와의 오찬 회동에서 장 대표는 “관세 협상 지연, 조지아주 사태, 북·중·러 위협으로 국민 불안이 높아졌다”며 “국내 경기 악화와 청년 실업, 자영업 폐업 증가까지 겹쳐 기업이 숨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검 수사와 여당의 입법 강행은 국민에게 불확실성을 더한다”며 “필요하다면 대통령이 제의요구권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장 대표의 발언이 끝난 뒤, 이 대통령이 “더 세게 말씀하실 줄 알았어요”라고 말하자 회의장에 웃음이 돌기도 했다.
장 대표는 정 대표를 향해 “당 대표가 되자마자 정 대표와 악수하기 위해 마늘과 쑥을 먹기 시작했는데, 아직 100일도 안 됐지만 오늘 악수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농담을 던졌다. 이어 “대통령께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민생 문제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의미가 크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정 대표 역시 “조지아주 사태 당시 대통령의 총력 대응 지시로 국민들이 무사히 귀국할 수 있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민생과 개혁은 수레바퀴 두 개처럼 함께 굴러가야 한다”며 검찰·언론·사법개혁을 언급했다. 또 “외교·안보·국방만큼은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야당과의 협치를 약속하며 “야당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국정에 반영하겠다”며 “공통 공약은 과감히 함께 추진해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이 쉽지 않게 마련된 자리인 만큼 앞으로도 자주 만나 소통하자”고 당부했다. 장 대표는 “대통령이 야당의 목소리를 두 번, 세 번 들어주는 것이 협치”라며 “함께 사는 정치로 나아가자”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오찬 메뉴로는 한우 살치살 양념구이와 민어 사슬적, 비빔밥과 배추 된장국 등이 마련됐다. 이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와 회동하는 것은 지난 6월 22일 김병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찬 회동을 한 지 78일 만이다. 오찬이 끝난 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장 대표와 별도 단독 회동도 갖는다.
윤예솔 기자 pinetree2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