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운명이 대구시의회 결정에 따라 정해지게 됐다. 최근 지역에서 박정희 기념사업 폐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대구시의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구시의회는 8일 기획행정위원회를 열어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을 심의했다.
앞서 대구시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 임기 중이었던 지난해 5월 박정희 기념사업 추진을 위한 조례를 제정했고 같은 해 12월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동상을 세웠다. 이후 박정희 기념사업을 반대하던 지역 일부 시민단체들이 대구시민 1만4000여명 서명을 받아 박정희 기념사업 조례 폐지 조례안을 청구했다. 주민 조례 발안법에 따라 대구시의회 의장은 주민 청구를 수리한 날부터 30일 이내에 청구 조례안을 발의해야 하기 때문에 지난 5월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 명의로 폐지안을 정식 발의했다.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에는 위원장 포함 6명(국민의힘 5, 더불어민주당 1)의 시의원이 소속돼 있다. 국힘 소속 시의원들이 모두 반대할 것이라는 예상대로 기행위에서는 반대 5표가 나왔다. 하지만 주민청구 조례안은 다른 안건과 달리 상임위 의견과 상관없이 본회의에 상정된다. 이에 최종 결정은 12일 본회의 심의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하지만 대구시의원 33명 중 32명이 국힘 소속이라 시민단체의 요구대로 조례안이 폐지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예측이 우세하다. 단 지역 여론을 의식한 일부 의원들의 이탈표가 있을 수 있다는 예상은 나온다.
홍 전 시장 조기 사퇴에 정권까지 바뀌자 지역에서 박정희 기념사업 반대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홍 전 시장 사퇴 후 박정희 기념사업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지만 기존 동상 철거와 조례안 폐지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박정희 동상 설치가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국가철도공단과의 소송도 진행 중이다. ‘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 범시민 운동본부’는 기행위가 열린 8일 대구시의회 앞에서 박정희 기념사업 조례 폐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 공로를 인정하는 지역민들이 적지 않아 박정희 기념사업은 지역에서 평가가 엇갈리는 사안이다. 대구시는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