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대적인 이민 단속에 나서면서 과거 인권침해와 폭력 문제로 폐쇄됐던 악명 높은 교도소들이 다시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7일(현지시간) 정부 문건을 인용해 텍사스·조지아 등지에 있는 3곳의 구금시설이 올해 말까지 재개관할 정부 구금시설 목록에 올라와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시설은 구타와 의료방치, 인력 부족, 여성 재소자에 대한 불법 시술 등으로 전임 정부에서 퇴출됐던 곳이다.
대상 시설 중 한 곳인 텍사스 서부에 있는 리브스 카운티 교도소는 4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이곳 수감자들은 2009년에 열악한 의료 서비스와 식사, 독방 감금에 항의해 폭동을 일으켰다. 당시 피해액은 2000만달러(약 278억원)에 달했다.
조지아 시골 지역에 위치한 1000명 수용 규모의 어윈 카운티 구치소는 소속 의사가 2017년부터 2020년 사이에 여성 재소자를 상대로 의학적 근거가 없는 자궁절제 수술 등을 다수 시행한 것으로 드러나 운영이 종료됐다.
캔자스 리븐워스 지역에 있는 1000명 수용 규모의 리븐워스 구금센터도 인력 부족으로 인해 구타와 칼부림, 자살이 만연하는 최악의 폭력과 혼란이 빚어지면서 2021년 연말에 폐쇄됐다.
이들 교정시설은 모두 지오 그룹, 라샐 교정, 코어시빅 등 민간기업이 연방정부와 계약해 운영해왔다. 시설이 재가동되면 기존 운영사들이 다시 관리에 나설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구금 이민자들이 또다시 폭력과 학대, 기본권 침해 위험에 노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전 바이든 행정부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비서실장 대행을 지낸 데버러 플라이샤커는 “이들 시설은 충분한 사유와 검토 끝에 폐쇄된 곳”이라며 “명확한 감독과 인력계획 없이 재가동될 경우, 더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미 국토안보부는 “ICE 구금시설은 교도소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며 예산에 의료 및 규정준수 인력 비용이 반영돼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ACLU 등은 “생필품조차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감방에 이민자들이 계속 몰리고 있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미 의회는 향후 4년간 이민자 구금시설 확충에 450억 달러(약 62조 원) 예산을 승인한 상태다. WP는 “트럼프 행정부가 만성적인 인력난, 폭력사태 등 시설의 근본 문제에 대해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