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문재인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어 불법으로 기부금을 모은 전광훈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 의장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부(재판장 이영림)는 8일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의장의 선고 공판에서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전 의장은 2019년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총괄대표를 맡은 후 주말마다 광화문 광장, 청와대 앞 등에서 보수단체 등이 참여하는 예배 형태를 집회를 열어 기부금 등록 없이 약 15억원을 모았다. 기부금품법상 1000만원 이상의 금액을 모집하려면 모집·사용계획서를 작성해 행정안전부나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해야 한다. 또 교회·사찰 등 종교단체는 기부금품법의 제한을 받지 않는 대신 모은 돈을 종교활동에만 써야 한다.
전 목사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이 기부금 모집 주체가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신문에 후원금을 요청한 것, 유튜브 채널을 통한 후원금 모집 등은 피고인의 결정과 의사 실행으로 평가되며 이 사건 후원금의 모집 주체라는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2019년 10월께 있던 집회는 종교를 불문하고 공통적인 정치 견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정치 의견을 표현한 것에 가깝고 집회 참가자들이 기독교 교리로 연대했다고 볼 수 없어 종교단체의 고유 활동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전 의장 측은 모금한 돈이 헌금에 불과하며 기부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후원금 모집이 종교에 한정하지 않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이뤄진 점 등을 고려해 전 의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기부금품법은 무분별한 기부금 모집을 방지하고 기부금이 적절히 사용되게 하기 위해 등록 의무를 부과한다”며 “피고인은 영향력, 지지자 규모, 예상되는 집회 비용 등에 비춰 1년 내 1000만원 이상 모일 것을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등록 절차를 회피하고 등록 의무를 위반했다”고 했다.
다만 모집 등록이 행정절차에 불과하고 모집 자체에 어떤 사회적 해악이 있지 않은 점, 모집 목적과 다르게 기부금을 썼다는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