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睡蓮)목 수련과에 속하는 열대성 빅토리아수련은 세상에서 가장 큰 홑잎(단엽)을 지니고 있다. 잎 한 장의 너비가 3m를 넘고, 잎자루의 길이도 최대 8m에 이른다. 넓은 잎 바닥면에는 중앙에서 가장자리로 뻗는 단단한 잎맥과 푹신한 공기층이 있어 어린 아이가 올라가도 찢어지지 않을 정도로 견고하다. 뜨거운 여름엔 지름이 하루 최대 50㎝까지 클 정도로 빠른 성장 속도를 자랑한다.
‘잠잘 수(睡), 연꽃 연(蓮)’이라는 이름답게 수련은 보통 낮에 꽃을 피우고 저녁에 봉오리를 오므리지만, 야간개화종인 빅토리아수련은 해가 진 밤에 꽃을 피운 뒤 낮에는 꽃잎을 닫는 과정을 2박3일간 반복한다. 개화 첫날 암술이 발달한 꽃은 새하얀 자태를 자랑하고 수분에 성공한 뒤 보라색으로 변해 물속으로 가라앉으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한다.
식물학자 타데우스 하엔케가 1801년 아마존강 유역에서 처음 빅토리아수련을 발견했고, 이후 1837년 영국 식물학자 존 린들리는 같은 해 즉위한 영국 빅토리아 여왕을 기념해 라틴어 학명 중 속명에 ‘빅토리아(Victoria)’를 붙였다. 활짝 핀 꽃의 모습을 두고 ‘여왕의 대관식’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여왕의 대관식’을 요즘 경남 함양군 ‘천년의 숲’ 상림연꽃단지에서 볼 수 있다. 상림은 함양읍 중심부를 흐르는 위천(渭川)가를 따라 조림한 면적 20만5842㎡ 규모의 호안림(護岸林·제방 보호를 위한 숲)으로, 천연기념물 제154호이다. 통일 신라 진성여왕 때인 9세기 말 무렵 문장가로 유명한 고운 최치원 선생이 함양 태수로 있을 때 함양 시내의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조성됐다고 전해진다.
글·사진=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