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사립대 교직원 A씨는 최근 근로장학생에게 업무 지시를 하다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궁금한 점이 있느냐”고 물었는데 학생이 대답은 하지 않고 멍하니 쳐다만 봤기 때문이다. 그는 “많은 직원이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하더라”며 “요즘 학내에서는 이런 ‘젠지 스테어’(Gen Z Stare)가 뜨거운 이슈"라고 말했다.
젠지 스테어는 ‘Gen Z’(Z세대)와 ‘Stare’(응시하다)를 합친 신조어다. 대화나 질문에 반응하지 않고 무표정하고 공허한 시선으로 상대를 쳐다보는 Z세대(1997년~2006년생)의 행동을 뜻한다.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이 표현은 Z세대 직원들이 고객이나 동료를 빤히 보며 반응하지 않는 모습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됐다고 한다. 이에 공감하거나 Z세대를 비판하는 글이 소셜미디어에 우후죽순 올라오며 젠지 스테어는 빠르게 ‘밈’(온라인 유행 콘텐츠)이 됐다.
전문가들은 Z세대가 이 같은 행동을 보이는 것이 스마트폰을 통한 의사소통에 익숙한 탓이라고 분석한다. 타인과의 소통을 SNS와 메신저로만 하다 보니 직접 얼굴을 맞대거나 전화로 하는 즉각적 소통 방식을 어색해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알바천국’이 지난해 Z세대 765명을 조사한 결과 텍스트로 소통하는 것을 가장 선호한다는 답이 73.9%로, 전화 소통(11.4%)을 크게 앞질렀다. 심지어 40.8%는 전화 통화 시 긴장·불안·두려움까지 느낀다고 답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젠지 스테어를 단순한 ‘무례함’이나 ‘소통 불능’으로 치부하지 말고 새로운 의사소통 문화로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정 세대에 대한 편견으로 굳어져선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래그(lag·시차 현상)가 걸렸다고 생각하고 상대를 기다려주는 미덕이 필요하다”며 “Z세대에게는 코로나19 시기에 부족했던 의사소통 교육과 대면 경험이 학교 등에서 좀 더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