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해롭다’ 믿은 전자담배, 니코틴 중독 더 심각

입력 2025-09-08 06:12 수정 2025-09-08 10:09

전자담배 사용자들이 일반 담배 사용자보다 니코틴 중독 수준이 더 높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8일 보건복지부의 의뢰로 한국금연운동협의회가 수행한 ‘신종담배 확산에 따른 흡연 정도 표준 평가지표 개발 및 적용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니코틴 의존도 지표에서 신종담배 사용자들의 중독 수준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는 전국 만 20~69세 흡연자 800명(일반 담배 400명, 궐련형 전자담배 100명, 액상형 전자담배 100명, 다중사용자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니코틴 중독의 대표적인 척도 중 하나는 ‘기상 후 첫 담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이 시간이 짧을수록 니코틴 의존이 높다고 평가된다.

조사 결과 ‘기상 후 5분 이내 흡연’ 응답률은 액상형 전자담배 단독 사용자가 30%로 가장 높았다.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는 26%, 일반 담배 사용자는 18.5%로 가장 낮았다.

하루 흡연량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일반 담배 사용자는 ‘11~20개비’를 피운다는 응답이 45.8%로 가장 많았던 반면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는 같은 구간이 51%로 더 높았다.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는 하루 ‘10회(개비) 이하’가 63%로 많았지만, 제품 특성상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처럼 신종담배 사용자의 흡연 행태와 니코틴 의존도가 기존 일반 담배 사용자와 뚜렷한 차이를 보이면서 현재 금연클리닉 등에서 쓰는 표준 평가 도구(파거스트롬 테스트 등)로는 이들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효과적인 금연 지원을 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종담배는 개비 단위로 섭취하는 기존 담배와 달리 사용 횟수, 시간, 니코틴 농도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아 현행 평가법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신종담배 판매율 증가와 사용 행태 변화로 기존 일반 담배 중심의 평가 도구만으로는 효과적인 금연 지원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면서 “신종담배 사용자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표준 평가지표를 개발해 현장에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