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주당 ‘관봉권 띠지 분실’ 초동수사팀 국회로 부른다

입력 2025-09-08 05:00 수정 2025-09-08 05:00
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열린 검찰 개혁 입법청문회에서 서울 남부지검에서 '건진법사' 전성배씨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과 압수수색 증거품인 '관봉권'을 관리했던 검찰 수사관들이 출석했다. (왼쪽부터) 김정민 서울 남부지검 수사관, 박건욱 대구지검 인권보호관(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이희동 부산고검 검사(전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5000만원 관봉권을 압수했던 남부지검의 건진법사 초동수사팀 전원을 국회로 불러 관봉권 띠지 분실 경위를 캐물을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특검 등 별도 수사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만큼 국회에 사건 당사자를 소집해 진상을 밝히겠단 구상이다.

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건진법사 전성배(65)씨 사건을 초동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의 최재현 부부장 검사를 국회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최 검사(사법연수원 39기)는 지난해 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 소속이었다.

최 검사는 전씨의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영천시장 공천개입 정황을 파악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올해 1월 10일 전씨를 불구속기소 할 때까지 건진법사 사건의 주임 검사였다. 전씨를 기소한 후 2주 뒤인 1월 23일 최 검사는 대구지검 천안지청으로 발령났고, 정권이 바뀐 후인 지난달 27일 7개월여만에 서울중앙지검으로 다시 발령됐다.

최 검사는 지난해 12월 17일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1억6500만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그 중 5000만원의 관봉권은 압수됐을 당시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에 유통하던 형태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전씨가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을 매개로 각종 이권 청탁의 고리로 역할을 해왔단 사실이 알려지며, 관봉권의 출처는 ‘누가 청탁을 했는지’를 드러낼 핵심 물증으로 꼽혔다. 관봉권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보기 힘든 만큼 일각에선 검찰이나 국정원의 특활비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압수된 관봉권 포장지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3일 후인 ‘2022년 5월 13일 오후 2시5분59초’라는 시점이 적혀 있기도 했다.

그러나 관봉권의 출처는 오리무중이었다. 올해 1월 5일 최 검사는 전씨에게 “2022년 5월 13일 오후 2시5분59초라는 기재가 확인되는 것으로 보아 그즈음 받은 거로 보이는데 언제, 누구로부터 받은거냐”고 물었다. 이에 전씨는 “사람들이 뭉텅이 돈으로 갖다 주면 그냥 쌀통에 집어넣는 식으로 유지해와 기억할 수가 없다”고 답했다. 남부지검은 관봉권의 출처를 찾기 위해 지난 5월 한국은행까지 방문해 조사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 의원에 따르면 최 검사는 관봉권에 대해 ‘원형 보존 조치’를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 남부지검이 압수물을 보존하는 과정에서 관봉권의 띠지가 분실됐다. 띠지엔 검수 기계 식별번호, 처리일시, 담당 부서, 담당자 코드 등이 기재돼 있어 관봉권의 출처를 알 수 있는 정보들이 기재돼 있다. 게다가 띠지 분실은 1월 8일 남부지검에서 최초 인지됐으나 상급 기관인 대검찰청엔 4월 말이 되어서야 보고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남부지검 관계자들과 압수계 수사관들을 불러 해당 관봉권의 띠지를 분실한 경위를 물었다. 하지만 담당 수사관들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등 ‘모르쇠’로 답변을 일관했다. 답변 과정에서 한 수사관은 “남들 다 폐기해 XX들아”를 답변서에 적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민주당은 해당 수사관들이 ‘꼬리 자르기’에 동원됐다고 보고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를 직접 불러 띠지 분실 관련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민주당 법사위 관계자는 국민일보에 “최재현 검사팀 전체를 불러 증인으로 채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재현 검사뿐 아니라 최선영·이주연 검찰 수사관 등 초동검사팀 전체를 불러 사실관계를 따져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우선 대검 측에 방문 설명을 요청한 상태다. 최 검사를 직접 국회로 불러 설명을 듣겠다는 취지다. 통상적으로 수사 검사가 방문 요청에 응하지는 않아 실제 최 검사가 방문할지는 미지수다.

이에 민주당은 최 검사팀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검토 중이다. 국감 전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현안질의 형식으로 최 검사팀을 부를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통령께서도 분실 건을 별도로 조사하라고 법무부 장관에게 지시한 만큼 중요한 일”이라며 “최소 국정감사를 가야 하는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 검사가 살길은 양심 고백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솔직하게 말하는 길뿐”이라고 말했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