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의 조지아주 현대차 공장 단속은 군사 작전을 방불케 했다. 비자와 체류 시한 문제가 대부분인데도 동맹국의 글로벌 기업 직원들을 중범죄자를 다루듯 허리와 발을 쇠사슬로 묶고 손도 결박했다. 단속 이튿날 5일 이민세관단속국(ICE)이 공개한 영상과 사진에서는 한국 직원들이 연행되는 모습이 생생히 담겨있다.
2분 34초 분량의 영상을 보면 ICE 등 단속 요원들은 군용 차량과 대형 SUV 차량 수십 대, 헬리콥터까지 동원해 공장 부지를 급습한다. 요원들은 총과 방탄복으로 무장한 상태였다. ICE뿐만 아니라 국토안보수사국(HSI), 마약단속국(DEA), 조지아주 순찰대 등 다양한 기관이 총동원돼 수색이 나섰다는 것이 당국 설명이다.
군복 차림으로 무장한 마약단속국 요원 10여 명은 양손 결박용으로 추정되는 끈 뭉치를 들고 건물 밖에서 대기하는 모습이 나왔다. 이후 단속 요원들의 지시에 따라 현장 직원들은 천천히 건물 내부에서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의 뒷모습과 옆얼굴 일부가 노출됐다. 직원들의 근무복 조끼에는 DSK 메카닉, HL-GA 배터리회사, LG CNS 등 소속 회사명으로 추정되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단속 요원들은 특히 현장 직원들을 일렬로 서게 한 뒤 버스에 양손을 짚게 했다. 이어 허리와 다리에 쇠로 된 체인을 묶고 손은 끈으로 결박한다. 손과 다리가 결박된 직원들이 천천히 버스에 탑승하는 모습도 그대로 담겼다. 중남미 출신으로 추정되는 직원 두 명이 부지 내 연못으로 피했다가 단속 요원들이 이들을 밖으로 나오게 해 체포하는 장면도 담겼다.
ICE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단속 작전으로 475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ICE는 “이번 작전에서 체포된 개인들은 비자 조건 또는 신분 위반으로 불법 근로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단기 체류 또는 관광 비자 소지자는 미국 내 근로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현대차 공장에 대대적 이민 단속에 나선 데 대해 “내 생각에는 그들은 불법 체류자였고 ICE는 자기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작전은 애초 4명의 근로자를 특정해 시작됐으나 작전 과정에서 단속 범위가 대폭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연방법원이 지난달 31일 발부한 영장을 보면 압수수색 대상 인물은 중남미 계열로 추정되는 남성 3명과 여성 1명으로 얼굴과 실명까지 특정돼 있다. 한국인 직원은 압수수색 대상이 아니었지만 수색 과정에서 수사가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압수수색 범위는 총 35에이커(약 14만㎡)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캠퍼스 내 배터리 공장 건물과 부속 건물, 부지 전체가 포함했다. 혐의는 불법 이민자 고용 등으로 여권과 비자, 영주권, 고용기록 등이 압수수색 대상에 들어갔다. 영장에는 수색 대상이 된 건물을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사진도 첨부했다.
15페이지 분량의 영장에 수색 대상 인물이 특정돼 있고 혐의와 건물 사진까지 자세하게 적혀 있는 만큼 이민 당국이 오랫동안 내사를 통해 이번 단속을 준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포크스턴·엘러벨(조지아주)=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