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디레이 제임스 교정시설(D.Ray James Correction Facility). 완강한 철조망으로 빽빽하게 둘러싸인 부지 안쪽으로 군용 막사 같은 수용시설이 눈에 띄었다. 지난 4일 조지아주 서배너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에서 불법체류·근로 등의 혐의로 체포된 직원 300여명 중 대부분이 구금된 곳이다.
취재진이 정문 입구 근처로 접근하는 것은 통제됐다. 왕복 2차선 도로 건너편 둔덕에 주차하는 도중에도 순찰 경찰차가 나타나 도로에 정차하지 말 것을 요구하며 엄격하게 통제에 나섰다. 시설 주변으로는 주택이 드문드문 있었지만,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적막한 분위기였다. 휴대전화도 제대로 터지지 않는 외딴 지역이었다.
글로벌 기업이 투자하는 공장 부지에서 일하던 한국 국민이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군사작전 같은 이민 단속에 걸려 이렇게 낯선 수용시설로 이송됐다. ICE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직원들은 손과 발이 쇠사슬 등으로 결박돼 교정시설 버스를 타는 모습이 나온다. 그렇게 체포된 이들이 차량으로 이곳으로 대거 이송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부터 영사 면담이 이뤄졌다. 이들을 면담하고 나온 조기중 워싱턴 총영사는 취재진과 만나 “오늘 확인된 분도 있고 안된 분도 있는데 모든 분이 지내는 데 큰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려고 한다”며 “우선 담당 영사가 안에 시설을 확인했고 오늘 면담한 분들은 건강한 모습으로 잘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에 대해서 큰 불편함이 없도록 최대한 배려해 달라고 얘기했고 실무진에서 가능한 방안들을 교환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는 조지아주 서배너에 조 총영사를 반장으로 한 현장대책반을 설치해 현장 대응에 나섰다. 조 총영사는 구금된 이들이 언제부터 나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ICE 당국자를 접촉한 이민 전문 최영돈 변호사는 취재진을 만나 “ICE 관계자로부터 지금 들은 이야기로는 수요일(10일)까지 모든 한국 분을 본국으로 돌아가게 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협상 중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 협력사 현지법인의 한 관계자는 이날 오후 변호사와 함께 시설을 찾았다. 이 관계자는 취재진에 “오늘 아침에 구금된 직원 한 명과 통화가 됐다. 외부에서 전화를 걸 순 없지만 안에서는 허가받아 전화를 걸 수 있다고 한다”며 “직원 말로는 밥도 주고 샤워도 할 수 있지만 열악하다고 하더라. 수갑은 차지 않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ICE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곳은 가족과 친구의 면회 시간을 토요일과 일요일로 제한하고 있다.
구금시설에서 북쪽으로 차로 2시간 정도 달리면 조지아주 서배너 근교 엘러벨 현대차 공장이 나온다. 이 부지 안에 있는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공장 건설 현장을 지난 4일 ICE 등이 급습했다. 이날 오후 찾은 공장 부지에는 적막만이 흘렀다. 보안요원을 입구를 통제한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주변에 차를 주차하자마자 순찰 중이던 차량이 와서 차를 빼라고 요구했다. 한국의 유력 기업이 미국 현지에 초대형 공장을 세우고 대규모 투자에 나섰지만 미국 당국의 예상치 못한 대대적인 이민 단속으로 직격탄을 맞게 됐다.
포크스턴·엘러벨(조지아주)=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