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안 나와요”…최악 가뭄 강릉, 단수 현실화

입력 2025-09-07 14:12
5일 강원도 강릉시 강남동 강남축구공원에서 시민들이 생수를 받기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하루 치 남았다고 방송이 나왔는데, 물이 안 나와요.”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도 강릉시에서 우려했던 단수가 현실화하면서 주민들의 불편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강릉 홍제동의 한 아파트는 6일 안내방송과 안내문을 통해 ‘6일 하루 치 물이 남아있고 7일부터 월요일 오후 1시까지 물이 단수될 것 같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이날 오후 9시 30분쯤 물이 끊겼다.

한 주민은 7일 “물이 끊기기 10분 전에 물탱크에 물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방송이 나왔다”며 “그런데 설거지하는데 물이 뚝 끊겼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강릉시는 6일 오전 9시부터 저수조 100t 이상을 보유한 공공주택 113곳, 대형 숙박시설 10곳에 대해 제한 급수를 시작했다. 공동주택은 총 4만5000여세대로 홍제정수장 급수구역 세대수 9만1750세대의 절반에 해당한다.

시는 이번 조치에 앞서 아파트 저수조 내 물이 남아 있는 만큼 2~3일 후 고갈되면 급수차를 동원해 운반 급수하기 때문에 당장 단수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한 급수 첫날부터 단수가 현실화한 상황이다.

주민 최모(56)씨는 “지금도 샤워기까지 물이 올라오지 못해 집에서 씻는 것을 포기했는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며 “이제 생수로 씻거나 하천에서 직접 물을 길어다 사용해야 할 지경이 됐다”고 걱정했다.
6일 강원도 강릉시 안인항 화력발전소 하역 부두에서 군수지원함 대청함 승조원과 해군 장병들이 이동식 저수조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해군 1함대사령부제공.

강릉 주 상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7일 현재 12.6%에 불과하다. 1977년 저수지 조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저수지는 최악의 가뭄 사태로 저수율이 하루평균 0.3∼0.4%씩 하락하고 있다.

육해공은 저수율을 높이고자 지상, 하늘, 바다에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지상에선 군 차량 400대, 소방차량 81대, 민간 살수차 31개 등 530여대가 투입돼 하루 2만6000t 가량의 정수와 원수를 홍제정수장과 오봉저수지에 채우고 있다. 하늘에선 군 헬기와 산불 진화용 헬기가 투입돼 인근 저수지에서 물을 옮기고 있다.

바다에선 군함과 경찰 경비함정이 급수지원에 나섰다. 해군 군수지원함인 대청함은 전날 생활용수 450t을 안인항으로 싣고 와 소방차에 물을 공급했다. 11일에도 대청함을 투입해 추가 급수에 나선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도 지난 3일부터 5000t급 경비함정 삼봉호를 동원해 안인항에서 급수하고 있다. 이 배는 소방차 50여대 분량 600t의 생활용수를 실을 수 있다. 해경은 9일까지 함정을 이용한 물 수송 작전을 펼칠 계획이다.

강릉=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