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구금된 美 수용소는 어떤 곳? “감옥보다 열악”

입력 2025-09-07 09:09 수정 2025-09-07 13:13
2022년 미국 국토안보부 감찰 보고서에 나온 폭스턴 시설 사진. DHS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에서 벌어진 대규모 이민 단속으로 300명 넘는 한국인 노동자들이 미 연방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 시설에 수용됐다. 이들이 보내진 ‘폭스턴 이민자 수용소’ 시설은 미국 내에서도 과밀 수용과 인권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대표적 민간 구금 시설로 꼽힌다.

지난 4일 체포된 한국인들은 ICE가 관리하는 조지아주 ‘폭스턴 이민자 수용소’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미국의 대표적인 민간 교정 업체 GEO그룹이 2017년부터 ICE와 계약을 맺고 운영하는 곳으로 최대 수용 인원은 1100명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미 과밀 상태다.

폭스턴 수용소는 수용 인원을 1100명에서 2900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돼 왔으나 인권 단체들의 집단 반발과 윤리성 논란으로 지난 6월 증설 계획이 전면 중단된 바 있다. 인권 단체들은 “수익 중심의 민간 운영 구조가 수용자 복지와 인권을 후순위로 밀어낸다”고 지적해 왔다.

구금자와 외부인의 연락 역시 극도로 제한적이다. 외부에서는 생년월일, 출신국, 등록번호 등 상세 정보를 제출해야만 ICE 측과 연결이 가능하다. 구금자는 직접 전화를 받을 수 없고 변호인 접견도 사전 서류 제출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로 인해 영사 조력과 가족 연락 모두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크다.

2022년 미국 국토안보부 감찰 보고서에 나온 폭스턴 시설 사진. DHS

시설 환경 역시 열악하다. 미 국토안보부 감찰관실이 지난 2022년과 2023년 실시한 현장 조사에서는 곰팡이와 녹, 막힌 변기, 벗겨진 페인트 등 비위생적인 화장실 실태가 적발됐다. 구금자들은 세탁시설 접근 제한, 부적절한 수갑 착용 등 비인도적 처우를 겪었다고 보고됐다.

한 자메이카 출신 구금자는 “감옥보다 훨씬 나쁘다. 샤워실 바닥엔 대변과 체모, 침이 뒤섞인 물이 고여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음식은 모두 유통기한이 지났다. 식사에 쓰는 닭고기 상자에는 모두 ‘식용 금지’라고 적혀 있다”고 주장했다.

구금감시네트워크와 엘레퓨지(El Refugio)가 2023년 11월 공동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에는 구금자 16명이 섭씨 32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 3시간 동안 야외에 방치됐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이들은 음식, 물, 약품, 그늘 없이 방치됐으며 한 명은 천식 발작을 일으켰지만 30차례 이상 흡입기를 요청해도 제공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끊임없는 문제 제기에도 폭스턴 수용소는 올해 1월 미 정부의 공식 규정 준수 점검에선 ‘양호’ 판정을 받았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