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로 여름철 폭염이 강력해지면서 도시녹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5일 제주도와 국민일보, 뉴시스제주본부가 공동 주최한 제2회 나무포럼에서는 가로수를 크게 키워 도시 온도를 낮춰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가로수가 도시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도록 가로수 조성과 생육 관리, 민원 대응에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기준을 세워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는 ‘제주의 가로수 현황과 정책 과제’ 발표에서 “제주는 자연환경이 뛰어나지만 높은 습도와 매년 강해지는 더위로 도시의 생활 환경은 열악하다”며 “가로수 정책을 기후 위기 대응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여야 하는데 제주는 나무 그늘이 적어 걷기 힘든 도시”라며 “가로수를 심을 때 그늘이 넓은 수종을 선택하고, 성장의 기반이 되는 식수대를 넓게 만들어 나무가 크게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가지와 잎을 과도하게 잘라내는 가지치기 방식을 개선하고, 과밀 식재로 가지들이 부딪혀 생육을 저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홍 대표는 “가로수는 법과 조례상 도시숲에 포함돼 공원에 심은 나무와 같은 나무로 인식되지만, 가로수 한 그루와 공원 나무 한 그루의 역할은 다를 수 밖에 없다”며 “가로수 정책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가로수팀과 가로수 조례를 별도로 제정·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필 부산대 교수도 나무를 크게 키울 것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도시 가로수와 보행 환경’ 발표에서 “걷기에 좋으려면 나무의 부피를 최대한 키워야 한다”며 “가로수가 제대로 크게 자랄 수 있는 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시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가지치지는 적기에 시행하고, 직경 3㎝이상의 가지는 자르지 않는 등 나무의 생육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또 “분을 크게 만들고, 식재 간격을 8m로 유지하고, 직경 10㎝ 미만의 작은 묘목을 심고 일정 기간 관리해야 나무를 크게 키울 수 있다”고 했다.
보도폭 확보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법적 보도폭은 최소 1.5미터 이상인데 폭을 3m 이상 확보해야 나무를 키울 수 있다”며 “나무가 커야 오히려 간판가림 등의 민원이 적다”고 말했다.
가로수 관련 민원에 대해서는 “가로수가 공유재산이라는 개념 아래, 대응 기준을 만들어 매뉴얼대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나무가 죽으면 반드시 보식을 하고, 가로수가 필요하지 않은 곳에는 처음부터 식재를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도 했다.
박수국 제주대 교수는 ‘열섬 현상 완화와 폭염 대응을 위한 가로수 전략’ 발표에서 보도 부족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박 교수는 “열섬현상 완화와 폭염 대응을 위해 가로수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제주도는 전체적으로 인도가 적어 식재 공간이 부족하다”며 “특히 동서방향 인도 확보가 시급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예전에는 차량이 우선이었지만 지금은 기후 위기 대응, 보행 편의 확보를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일방통행 전환 등으로 인도를 확보해 녹지를 늘려야 건강하고 활동적인 도시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