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결산 심사 과정에서 김현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 출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 여야 간 공방이 벌어졌다. 통상 총무비서관이 국회 결산소위에 출석해왔으나 올해는 총무비서관이 아닌 재정기획보좌관이 출석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별다른 규정도 없는 데다가 신설된 재정기획보좌관(수석급)이 출석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관례를 깨고 책임자가 나오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예결특위 결산소위는 5일 대통령비서실 등에 대한 결산 심사를 진행했다. 야당은 대통령실에서는 김 비서관이 아닌 류덕현 재정기획보좌관이 출석한 것을 문제 삼았다.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대통령실 예산을 총괄하는 김현지 총무비서관이 결산소위 불참한 건 대단한 심각한 문제”라며 “안살림을 책임지는 총무비서관이 빠진 채 결산 심사를 하는 건 웃기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예산을 총괄하는 총무비서관이 국회 예결위 결산소위에 출석하지 않는 것은 2008년 이후 17년 만이다.
이에 류 보좌관은 “예결위에서 공지한 대로 차관급 인사인 재정기획보좌관이 참석하도록 명을 받고 참석했다”며 “총무비서관은 대통령실 예산과 관련된 부분이 있지만 재정기획보좌관은 국가 전체 예산을 다룬다. 대통령실도 국가기구이기 때문에 그 예산과 결산에 대해 관장하도록 돼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소속인 박형수 소위원장은 “국가 전체 예산과 관련해 대통령을 보좌하면 행정부 모든 예산에 대해서 재정기획보좌관 한 사람만 나오면 되겠다”고 비꼬며 “재정기획보좌관이 어떤 자격으로 나왔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여당은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민주당 간사인 이소영 의원은 “대통령비서실 같은 경우 결산심사 누가 참석해야 한다는 규정이나 내부 지침이 없다”며 “다른 부처의 차관급이 출석한 상황에서 누가 참석하는 게 옳냐 그르냐 길게 얘기하는 건 불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날 대통령비서실 결산 내역에 대해서는 별다른 심의 사항이 없었다. 박 위원장은 “결산 심사에 재정기획보좌관이 출석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다만 오늘 대통령비서실에 대해서는 심의 사항이 없다. 그래서 오늘은 재정기획보좌관 출석한 상태에서 회의 진행하고, 다음 예산 심사 때는 총무비서관이 출석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이에 류 보좌관은 “예산소위 때는 국회 예결위에서 참석 대상을 지정해서 해주시면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도 “제가 지금 확답하기 적절하지 않은 거 같다”고 답했다.
역대 예결위 결산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이명박정부 첫해인 2008년을 제외하고는 총무비서관(또는 총무기획관)이 매년 결산소위에 출석했다. 다만 출석 대상자가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김 비서관은 그간 외부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 베일에 싸인 인물로 평가된다. 이번 결산소위에 출석하지 않으며 국회 데뷔전은 미뤄졌다. 하지만 다음 달 진행되는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출석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