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심폐소생해야”…내년 영화 예산 80.8% 증액

입력 2025-09-05 15:54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연합뉴스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사 위기에 놓인 한국 영화 산업을 살리기 위해 15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문체부는 내년 영화 분야 예산안이 올해보다 669억원(80.8%) 늘어난 1498억원으로 확정됐다고 5일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긴급 지원이 편성됐던 2022년을 제외하고 역대 최대 규모다.

코로나19 이후 극장 관객 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한국 영화 산업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영화 산업 회복을 위한 지원이 절실하다는 영화계 목소리가 이번 예산안에 반영됐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지난달 14일 영화계 간담회 등에서 “한국 영화를 살리기 위한 심폐소생술 수준의 긴급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벼랑 끝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느낌”이라며 “긴급대책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영화 산업 붕괴가 몇 년 내에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영화계 공통된 인식”이라고 말했다.

예산은 영화 산업에 대한 전방위적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편성됐다. 중예산영화 제작지원 예산을 올해 10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증액하고, 영화 기획개발지원 예산을 올해 47억원에서 80억원으로 늘린다. 국내외영화제 육성 지원은 15억원 증액된 48억원을 배정했다. 2023년 이후 중단됐던 ‘차기작 기획개발비 지원’ 제도 복원에 17억원, 독립·예술영화 상영 지원사업 신설에 18억원을 투입한다.

영화 투자 마중물 역할을 하는 모태펀드 영화계정에는 올해보다 두 배 늘어난 700억원을 출자해 총 14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방침이다. 이외에 인공지능(AI) 기반 영화제작에 22억원을 신규 지원하고, 부산기장촬영소 내에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를 새로 만드는 데 164억원을 배정했다.

정상원 문체부 콘텐츠정책국장은 “뛰어난 역량의 인적자원과 풍부한 창의력을 바탕으로 눈부시게 성장해 온 한국 영화산업이 조속히 회복돼 K콘텐츠 미래를 이끌 주역으로 다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